이번 주에 들어와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다 못해 서늘한 느낌마저 든다. 짧은 바지를 입은 다리에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가을이려니 하며 무심히 지나치는데 새우가 다시 한 번 계절을 상기시킨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내 손에 들어온 새우. 어느새 한 뼘 가까이 자라 있다.
새우는 찬바람이 불어야 제맛이라 했는데 벌써부터 양식 새우가 한창이다. 자연산 대하는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하지만 양식 새우가 입맛을 돋운다. 흔히들 가을 새우는 무조건 대하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식당 등지에서 보는 새우는 양식 새우가 대부분이다. 정식 이름은 흰다리 새우. 대하라고 불리는 자연산 새우는 직접 서해안에 가기 전에는 구경하기 힘들고, 서해안에 가서도 수족관에 살아있는 것은 대하가 아니라 거의 대부분 양식 흰다리 새우라고 보면 된다. 살아있는 대하를 만날려면 배 타고 가서 직접 잡아야 된다. 그러니 수족관에 넣어 놓고 자연산 대하 운운하는 건 그냥 상술이려니 치부해야 한다.
금요일 저녁, 지죽도 인근의 양식장에서 직접 가져온 새우로 파티를 하고 있다. 후라이펜에 은박지를 깔고 새우를 정렬한 뒤 굵은 소금을 뿌리고 굽다가 머리와 꼬리에 붉은 기운이 돌면 뒤집어서 한 번 더 구워 주면 된다. 소금이 녹으면서 새우에 간이 적절하게 배어들기에 별다른 양념장이 필요없다.
사실 새우는 통채로 넣어 국물을 우려내는 요리를 만들어 먹는 게 제격인데 새우가 넘치는 계절엔 가끔씩 이렇게 생새우 구이도 계절 별미로 한 번쯤 먹을 만하다. 모처럼 새우 덕분에 소주와 과격하게 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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