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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먹거리

토마토 스파게티

by 내오랜꿈 2015.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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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 토마토가 넘쳐난다. 아침마다 쥬스로 갈아 마시고 식사 뒤 후식으로도 먹지만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페이스트를 만들어 캔닝하면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겠으나 텃밭의 상황으로 보아 9월 말까지는 토마토가 나올 것 같기에 아직은 캔닝할 때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순전히 토마토를 더 소비하기 위해 스파게티가 휴일 점심 메뉴로 등장한다.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 노란방울토마토를 넣었더니 색깔이 좀 연하게 나왔다.


스파게티 소스 만드는 법이야 사람에 따라, 취향에 따라 제각각일텐데 우리 집에서는 오로지 토마토와 마늘, 양파를 메인 재료로 해서 만든다. 토마토를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긴 다음 적당한 크기로 잘라 후라이펜에 넣고 끓이다가 마늘 다진 것과 양파 잘게 썬 것을 넣어 함께 끓인다. 토마토와 양파에서 나오는 수분이 충분하기 때문에 물은 전혀 넣을 필요가 없지만 우유는 약간 넣기도 한다. 원래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를 만들면서 우유를 넣는 이유는 토마토의 신맛을 중화시키기 위함이다. 토마토가 무슨 신맛이 나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토마토 품종에 따라서는 신맛이 아주 강한 것도 있을 뿐더러 특이하게도 토마토는 끓으면서 수분이 줄어들면 신맛이 배가되는 특징이 있다. 토마토 케첩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우유를 반드시 넣어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재배되는 토마토는 신맛이 강한 품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토마토의 신맛은 이탈리아나 유럽에서 주로 재배되는 길쭉한 품종, 그러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방울토마토보다는 조금 크고 일반 토마토보다는 조금 작은 타원형의 '못생긴' 토마토의 특징이다. 이 종류의 토마토들은 원래 신맛이 강한데다 끓이면 신맛이 배가되는 토마토 본연의 특징이 더해져 페이스트나 스파게티 소스를 만들면 신맛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이를 중화시키기 위해 우유를 넣어주는 게 일반화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나 일본 같이 단맛이나 짠맛 위주로 개량된 품종이 주를 이루는 나라에서는 굳이 우유를 넣어야 할 이유는 없다. 블로그나 SNS 상에서 보면 무슨 대단한 레시피인 양 스파게티 소스를 만들면서 우유나 파마산치즈 가루를 필수적으로 넣어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들 하는데 반드시 넣어야 하는 건 아니다. 신맛에 민감한가 아닌가를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개인적 취향일 뿐이다.




이야기가 옆길로 샜는데 재료를 넣고 한참을 끓이다가 수분이 어느 정도 줄어들면 바질잎을 썰어 넣는다. 보통은 바질이나 오레가노 말린 가루를 넣지만 텃밭에 바질잎이 한창이기에 생 바질잎을 넣어 끓인다. 이 상태로 간을 보아가며 약간의 소금과 후추를 넣어 주면 끝이다. 끝이라고? 새우나 소고기나 치즈 같은 건? 그런 건 필요 없다. 이 상태만으로도 훌륭한 스파게티 소스다.


소스가 완성되면 스파게티 면을 삶아서 버무리기만 하면 된다. 여기에 조금 럭셔리한 재료들, 예컨대 소고기나 새우 등을 넣으면 고급 식당에서 파는 소고기 토마토 스파게티, 새우 토마토 스파게티가 된다. 스파게티가 뭐 별건가. 어쨌거나 당분간 자주 먹어야 할 음식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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