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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김장무 마지막 솎음질

by 내오랜꿈 2015.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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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로 파종한 김장무가 오늘로 4주를 채웠다. 이제 마지막 선택을 해야 할 때다. 어떤 놈을 끝까지 데리고 갈지를. 반드시 지켜야 할 이유는 없지만 나는 김장무 파종 2주차에 애벌 솎음을 하고 4주차에 적당한 간격으로 한 놈만 남긴다. 파종 2주차면 초생피층 파열이 시작될 때고 4주차면 총각무 수준으로 굵어지려 준비할 때다. 



▲ 파종 4주차 무와 옮겨 심은 지 열흘된 김장배추(무 솎아주기 전)

▲ 파종 4주차 무와 옮겨 심은 지 열흘된 김장배추(무 솎아낸 후)


열흘 전 애벌 솎음을 했을 때는 무 포기 사이로 흙이 드러났었는데 열흘 사이 잎들이 서로 뒤엉켜 있다. 줄뿌림한 이랑인지라 자로 잰 듯한 간격을 잡기는 어렵고 대략 20~25cm 정도의 간격으로 한 포기씩 남긴다. 어디 내다 팔 것도 아니니 크고 굵게 키울 이유도 없다. 따로 퇴비도 주지 않은 땅이니 무 스스로 땅속 영양분을 뽑아 올릴 수 있는 최적의 조건만 만들어주면 된다. 크든 작든 중심 뿌리가 땅속 1M 이상을 파고들어 갖은 고생을 하며 영양분을 섭취해서 컸다면 그 무는 화학 비료나 유기질 퇴비의 안락함 속에서 자란 우람한 무보다 훨씬 더 좋은 무다.


유기농을 한다면서 크고 굵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농작물 생산하는 걸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는데 유기농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화학 비료 안 쓰고 농약 안 치는 것만을 유기농으로 생각한다면 근본부터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유기질 퇴비가 화학 비료보다 무조건 좋은 것이다'는 생각은 하나의 '도그마'라 할 수 있다. 항상 강조하는 말이지만 작물은 이온 상태의 무기 성분을 섭취하는 것이지 화학 비료, 유기질 퇴비 가려가면서 섭취하는 게 아니다. 지나치면 화학 비료나 유기질 퇴비나 그게 그거다. 산삼도 인삼 키우는 것처럼 비료 듬뿍 주면서 키우면 6년 만에 인삼처럼 굵어질 수 있다. 그게 산삼일까? 인삼일까?



▲ 파종 18일째인 무와 옮겨 심은 지 보름된 김장배추


이 줄은 파종한 지 18일째인 무가 자라는 이랑이다. 배추는 옮겨 심은 지 보름된 것이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애벌 솎음 시기가 또 며칠 늦어졌다. 1차 파종한 무와 같이 솎아 내 김치를 담으려 날짜를 맞추다 보니 그리 된 것. 배추벌레와 달팽이들이 야금야금 갉아먹은 흔적들이 이파리 곳곳에 남아 있다. 아직까지는 벌레를 잡아 준다거나 다른 방제 방법을 쓴다거나 하지 않고 완전 방치 상태로 내버려 두고 있다. 그런대로 잘 버티고 있는 것 같다.



▲ 1차 파종(28일째) 무 솎아 낸 것

▲ 3차 파종(18일째) 무 솎아 낸 것


솎아 낸 무가 생각보다 많은 양이다. 물김치 담고, 부추와 섞어 겉절이 김치 담고도 남을 양이다. 이래서 김장 채소 파종 시기에는 따로 열무나 총각무를 심을 이유가 없다. 데쳐서 나물로 먹거나 된장국에 넣어 먹거나 할 테니 소비하는 건 걱정하지 않는다. 김장무 솎아 주기가 끝나면 이제 서서히 겨울 채소 파종을 준비할 때다. 시금치, 유채, 봄동, 비타민채 등등. 


내 마음 속에서는 겨울도 머지않았다.



▲ 옮겨 심은 지 50일된 브로콜리

▲ 옮겨 심은 지 50일된 양배추

▲ 옮겨 심은 지 5일된 브로콜리와 양배추. 언제 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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