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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김장무 솎아 주기, 인간의 오만함을 생각하다

by 내오랜꿈 2015.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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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 날씨는 선선하다 못해 서늘한 느낌마저 들지만 한낮 햇살은 여전히 뜨겁다. 비 맞은 기억이 오래되었을 배추와 무는 뜨거운 햇살을 힘겹게 버텨내고 있다. 



▲ 옮겨 심은 지 7일째인 배추


▲ 옮겨 심은 지 2일째인 배추


▲ 파종 18일째인 무


▲ 파종 11일째인 무


김장 배추와 무를 두세 차례에 걸쳐 나누어 심었다. 배추는 닷새, 무는 일주일 간격인데 자라는 모습이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배추는 옮겨 심은 뒤 두세 번, 무는 파종한 다음 한 번 싹이 난 다음 한 번 물을 준 뒤로는 그냥 방치하다시피 키우고 있다. 이슬로만 버티는 셈이다. 이번 주부터는 바닷물을 희석해서 조금씩 뿌려 줄까 생각 중이다. 달팽이들이 여린 잎을 조금씩 갉아 먹은 흔적은 있지만 잎벌레나 청벌레의 피해는 거의 없는 편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키우고 있는 브로콜리의 잎에 청벌레가 간혹 보이긴 하는데 언제 무우, 배추에 옮겨 붙을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아직까지는 두더지만 속 썩이지 않는다면 손이 갈 것 없는 김장 농사다.



▲ 무우 파종 18일째 솎아 주기. 대부분 초생피층 탈피가 진행되고 있다.


무를 파종하고 한 번도 솎아 주지 않은 탓에 서로 자리다툼이 심하다. 날을 꼽아 보니 오늘로 파종한 지 18일째다. 보통은 파종 2주차에 애벌 솎기를 해 주는데 시기를 놓쳐 버렸다. 더는 미룰 수 없어 적당한 간격을 잡으며 솎아 내다 보니 무의 초생피층 파열이 진행되고 있다. 무의 생육에서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라 할 수 있는 게 이 초생피층(primary cortex)이라 불리는 겉껍질의 탈피기다. 무는 이 초생피층과 그 안에 있는 중심 뿌리가 어느 시점부터 생장 속도를 달리하게 된다. 그 결과 초생피층의 파열이 일어나 중심 뿌리가 겉으로 드러나게 되는데 이때부터 무는 급속하게 굵어진다. 원예작물학 교과서나 농진청 산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무의 초생피층 탈피기는 파종 후 20~25일 정도로 잡고 있는데 실제로 키워 보면 파종 후 15일 정도부터 초생피층 파열이 진행된다.


같은 날 같은 땅에 심어도 서로 자라는 상태가 다르기에 며칠의 시차는 늘 생기기 마련이다. 이를 무시하고 파종 며칠 째에 초생피층 파열이 일어난다는 식의 사고는 자연을 무시하는 인간의 오만함이 깃든 표현방식인 것 같다. 내가 무의 재배 교본을 쓴다면 파종 후 며칠 째가 아니라 무의 본잎이 3~4매 나오는 시기부터 초생피층 파열이 진행된다고 서술하겠다. 이것은 파종이라는, 인간이 한 행위가 중심이 아니라 땅에 뿌리를 내리고 영양분을 흡수해 스스로 생육해 가는 무를 중심으로 한 기술이다. 무를 중심으로 보면 본잎이 3~4매 나오는 시기는 무 각각의 생장 속도에 따라 보름 정도일 수도 있고 한 달 정도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이 무슨 권리로 이를 20일이니, 25일이니 한정할 수 있을까?



▲ 양배추


▲ 컬리플라워


▲ 브로콜리. 양배추와 케일은 청벌레의 흔적이 없는데 브로콜리 잎에만 청벌레가 있다.


무, 배추는 이제 시작인데 한 달 먼저 심은 양배추와 브로콜리는 별다른 문제 없이 알아서 잘 자라 주고 있다. 브로콜리 잎에만 청벌레가 한두 마리씩 보이길래 잡아 주고 있다. 양배추와 방울다다기양배추, 케일은 아직 청벌레를 구경하지 못 했는데 우연일까? 이유가 있는 것일까?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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