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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양파 파종(1차)

by 내오랜꿈 2015.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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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는 파종에서 수확까지 9개월이 넘는 긴 호흡을 가진 작물이다. 가을재배가 일반적인데 고랭지나 남부 해안지방을 중심으로 춘파재배도 이루어지고 있다. 가을재배의 경우 보통 육묘기간을 45~55일 정도로 잡는데 평균 50일이라고 보면 옮겨 심을 시기의 기온을 감안하여 파종 시기를 잡으면 된다. 원예작물학 교과서에서는 아주 심기에 알맞은 온도는 일평균기온 15℃ 전후이고 양파 묘의 크기는 줄기의 굵기가 6~7mm, 키가 25~30cm, 엽수가 4매 정도일 때라고 한다. 양파 묘의 상태야 키우기 나름이고 조금의 가감이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일평균기온 15℃는 기상조건에 해당하는 것이니까 지역에 따라 해당 시기가 명확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양파 심는 시기를 보면 남쪽지방과 중부지방이 원예작물학 교과서의 가르침과는 거꾸로 가는 것 같다. 늦게 심어도 되는 남쪽지방은 일찍 심고 일찍 심어야 되는 중부지방은 남부지방보다 오히려 더 늦게 심는 것 같다. 예컨대 내가 사는 지역의 경우는 일평균 기온이 15℃ 이하로 내려가는 때는 11월 초·중순경인데 주변 농가들은 10월 초부터 양파를 심는다. 반대로 경북 북부나 충북 내륙지방 같이 겨울이 일찍 찾아오는 산간지역은 10월 중순, 늦어도 10월 말에는 심어야 할 것 같은데 11월 중순이나 말이 되어서야 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 2014년 11월 20일 옮겨 심은 양파의 2015년 1월 10일 모습


각기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터이지만 양파의 생육 조건과 어긋나게 심어 놓고서는 다음 해 봄에 다 얼어죽었다고 한탄하는 건 어딘가 기형적이다. 남부지방에서 일찍 심는 건 아마도 돈 때문일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심어 이른 봄에 출하하여 비싼 값을 받으려는 농가의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이니 뭐라 나무라기는 힘들다. 하지만 중부 내륙지방에서 얼음이 어는 시기에 심어 뿌리가 활착할 시간도 주지 않고서는, 비닐을 씌우고 왕겨를 뿌리는 등의 온갖 보온대책을 했는데도 얼어죽었다고 한탄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다.


양파는 내한성이 아주 강한 작물이다. 급냉 조건이 아니라면 영하 20℃까지 견딘다. 하지만 이건 충분히 뿌리를 내려 자신의 생존 조건을 확보한 다음의 이야기다. 부추나 쪽파 같은 백합과 식물을 한 번 생각해 보시라. 뿌리만 살아 있다면 영하 20℃까지 내려가도 다음 해 봄에 어김없이 새싹을 내민다. 부추가, 쪽파가 보온 대책 안 했다고 쉽게 얼어 죽을까? 이런 백합과 작물이 월동을 하지 못 하고 얼어 죽었다면 내가 생각하기에 그건 작물이나 날씨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사람의 잘못일 확률이 높다. 보온 대책보다 훨씬 중요한 게 뿌리가 활착하여 작물 스스로 생존 조건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한겨울 기온이 영하 15℃ 이하로 자주 내려가는 추운 지역이라면 이런저런 보온 대책보다는 차라리 조금 깊게, 보통은 2~3cm 깊이로 심으라고 하는데 약 5cm 정도로 깊게 심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내가 사는 지역의 일평균 기온이 15℃ 정도가 되는 때는 보통 11월 초·중순경이다. 그래서 나의 경우 양파 아주 심는 시기는 11월 10일 전후로 잡는다. 그렇다면 육묘기간을 역산할 때 양파 파종 시기는 9월 20일 전후가 적당하다. 하지만 양파 육묘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씨앗의 발아부터 엽수가 분화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은 것이다. 작년의 경우는 인터넷으로 구입한 씨앗이 불량이었던지라 단 한 포기도 발아하지 않아 모종을 사서 심었다. 그래서 올해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한 열흘 정도 일찍 파종하기로 했다. 2차 파종할 시간을 벌어보자는 생각이다.





점토질 성분이 강한 텃밭에 파종상를 만들었다가는 아마도 대부분 모잘록병에 쓰러질 것 같기에 파종상을 따로 만들지 않고 40구 트레이포트에 5알씩 파종하기로 했다. 상토는 뒷산에서 긁어온 부엽토와 사질양토, 계란껍질, 커피찌꺼기 등을 혼합하여 한 달 전에 만들어둔 걸 사용. 한 포트에 5알씩이니까 트레이포트 한 판에 200개를 파종하는 셈이다. 모두 다 발아한다 해도 모종 사이의 간격이 어느 쪽으로나 1.5cm를 넘으니까 따로 솎아낼 필요가 없다. 상업적인 목적의 대단위 재배가 아니라면 경험상 이 편이 파종상에 줄뿌림하는 것보다 관리하기에는 훨씬 편하다.




씨앗을 넣고 상토를 채운 다음 볏짚을 덮어 물을 뿌리면 끝이다. 앞으로 발아할 때까지 하루에 한두 번 물을 주며 세심하게 보살펴야 한다. 발아가 확인되면 짚을 걷어내어 잘게 썬 다음 모종 사이에 다시 뿌려 준다. 양파 모종은 본엽이 2~3매가 될 때까지 거의 매일 물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흙 위에 짚을 덮어주는 것이 물도 튀지 않고 수분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양파, 9개월이 넘는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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