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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9월 초의 텃밭 모습 - 고추, 쪽파, 양배추...

by 내오랜꿈 2015.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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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종 9일차 배추 모종. 폭우를 맞고 널브러진 모종에 포트마다 상토를 보충하고 물로 한 번 씻어 준 모습.


9월의 셋째 날. 새벽에 폭우가 내렸다. 고작 6mm 온 거 가지고 폭우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 10분도 안 되는 시간에 내린 비의 양이다. 시간당으로 따지면 40mm 가량 온 것이니 폭우 수준이었던 셈이다. 창고 지붕에서 떨어지는 과격한 빗소리를 듣고 치울 게 있나 싶어 나갔을 때는 이미 비가 잦아들고 있었을 정도로 짧게 스치고 지나간 비였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자라던 배추 모종이 폭탄을 맞은 듯하다. 포트마다 상토가 파이고 모종은 죄다 널브러져 있다. 서둘러 상토를 보충하고 모종을 세운 뒤 물로 씻어 주니 그래도 대충 수습은 되는 모양이다. 열흘은 더 자라야 옮겨 심을 수 있는데 느닷없는 폭우에 모종 사다가 김장배추 심을 뻔 했다.



▲ 파종한 지 17일째인 쪽파.


▲ 옮겨 심은 지 한 달된 양배추. 이제 막 결구를 시작하고 있다.


▲ 부추 수확(9번째).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자라고 있던 시골집 부추밭의 토종 부추를 옮겨다 심은 것이다.


반면에 일주일 넘게 비 한 방울 오지 않아서 목이 타던 텃밭 작물들은 짧고 굵게 내린 비에 활력이 넘친다. 파종한 지 보름이 지난 쪽파는 연두빛 푸른 색을 머금고 덩치를 키우고 있다. 아마도 추석 때는 충분히 뽑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8월 쪽파는 파종하고 한 달이면 충분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란다. 


옮겨 심은 지 한 달 된 양배추와 브로콜리. 양배추는 이제 막 결구를 시작하고 있다. 달팽이에게 먹힌 흔적은 더러 있는데 봄재배에서 애를 먹였던 진딧물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확실히 봄재배보다는 가을재배가 손도 덜 가고 벌레들도 덜 타는 것 같다. 


요즘은 구경하기 힘든 잎 좁은 토종 부추. 봄부터 평균적으로 보름에 한 번씩 수확해서 먹고 있는데 이번엔 열흘 만에 수확할 정도로 빨리 자랐다. 지난 번 수확할 때 보니 꽃대를 올리기 시작한 게 더러 있었는데 전부 베어 버렸더니 후손을 남기려는 본능으로 급한 마음에 이렇게 빨리 자란 듯하다. 작물은 어떤 조건에서든 저 마다의 DNA를 작동시켜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 것 같다.




당근, 김장무, 상추 등도 알아서 잘 자라고 있는데 문제는 이 고추들이다. 애초의 지지대로는 모자라 몇 군데 지지대를 보강하고 네번 째 줄까지 매어 준 상태인데도 덩치를 키우며 꽃을 피우고 있다. 아마도 곧 다섯번 째 줄을 매 주어야 지금 달고 있는 고추들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경험적으로 8월 말까지 꽃을 피운 것들은 수확해서 말리는 게 가능한데 그 이후로 맺힌 열매들은 자연 건조로는 말리기 어렵다. 10월 중순의 날씨로는 아무리 볕이 좋아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추의 영양 상태도 좋지 않아 열매가 작고 대부분 심하게 구부러지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도 올해는 아직은 고추가 곧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고 영양 상태도 괜찮은 것 같다. 6년 전 처음 이 밭에 고추를 재배할 때는 갖은 퇴비를 넣고 키워도 자라는 게 부실해서 이맘때 달리는 건 손가락 굵기만 했었는데 아무런 퇴비나 거름도 주지 않고 키우는데도 거름을 넣고 키웠을 때보다 훨씬 더 상태가 양호하다. 결국 유기농의 관건은 퇴비나 비료 성분의 공급에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작물 스스로 알아서 자라도록 땅의 조건을 만들어주는 게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적어도 이 밭에서는 대표적인 다비성 작물이라고 하는 고추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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