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주워 말린 도토리로 가루를 만들어 보관하면 일 년 내내 도토리묵을 쑤어 먹을 수 있다. 묵은 아무래도 겨울보다는 푸성귀가 제철인 여름에 어울리는 음식이 아닐까 싶다. 봄부터 묵을 쑤라는 옆지기의 재촉을 한 귀로 흘려 듣다 6월에 들어와서야 도토리묵을 쑨다.
▲ 냉장 보관중인 도토리 가루
묵을 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묵쑤기는 짧은 시간이나마 집중을 요한다. 묵을 쑤기 시작한 다음에는 한시도 저어주는 걸 게을리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묵을 쑤기 전에 도토리의 쓴맛을 없애기 위해 가루를 물에 푼 뒤 앙금을 가라앉혀 윗물을 버리고 다시 물을 넣기도 하는데 지난 가을부터 계속 먹다 보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는지 그냥 쑤어도 먹을 만하다. 앙금을 가라앉히느라 기다리는 시간이 귀찮으면 바로 묵을 쑨 뒤 물에 넣어 보관해도 어느 정도 쓴맛을 제거할 수 있다.
▲ 도토리묵 채소 겉절이. 색색깔의 파프리카와 양파, 죽순, 쑥갓, 치커리, 상추 등 텃밭에서 나는 건 무엇이든 다 넣어도 된다.
▲ 도토리묵 잡채. 채썰어 말린 도토리묵에 파프리카와 양파, 죽순, 브로콜리, 비타민채, 청경채 등을 넣어 만든다.
▲ 도토리 전병. 통밀가루에 도토리 가루를 섞어 부친 뒤 파프리카, 오이 등을 넣어 전병처럼 말아낸다.
도토리묵은 그 자체로 양념 간장에 찍어 먹어도 되고 다른 재료를 섞어 다양한 음식으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우리 집에서 주로 해 먹는 음식은 토토리묵 겉절이, 도토리묵 잡채, 도토리 전병 등이다. 도토리묵 잡채의 경우 생 묵이 아니라 말린 묵을 사용해야 한다. 묵을 새끼손가락 마디 정도로 두껍게 채썰어 햇볕에 이삼일 정도 말린 다음 보관하면 된다. 잡채를 할 때는 말린 도토리묵을 물에 불린 뒤 뜨거울 물에 한 번 데쳐 주면 다시 원래의 묵 색깔로 돌아오면서 쫄깃한 식감이 생긴다.
어느 것을 만들어 먹든 막걸리 한두 잔 곁들이다 보면 한 끼 식사 대용으로 충분한 음식들이다. 맛이야 양념 소스를 어떻게 얼마만큼 넣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개인의 취향이니 논외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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