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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먹거리

매실 효소액 담기, 매실의 독성(?) 그리고 설탕 비율

by 내오랜꿈 2015.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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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매실 효소액 담궜다는 소리가 들려 온다. 우리 집 매실도 지난 주를 기점으로 약간 붉은 기가 도는 노란 색을 띄어 간다. 충분히 익었다는 표시다. 작년엔 매실 효소액을 담그지 않고 술만 담궜더니 재작년에 담궈서 먹고 있는 매실 효소액이 바닥을 보이는지라 올해는 매실 효소액 담그기를 놓칠 수가 없다. 해마다 진주밭 하천변에 있는 매실나무나 우리 집 주변의 야산에 있는 매실나무에서 딴 매실을 가지고 담그는데 올해는 지인이 보내온 매실 40kg까지 떠안았다. 매실과 설탕을 사 줄테니 매실 효소액을 담궈 달라는 말이다.



▲ 밭 주변 하천변에 자리한, 수령 3~40년된 매실나무 10여 그루. 우리 것은 아니지만 우리 집의 주요 매실 공급원이다.


매실 효소액 담그기는 사람들에 따라 청매로 담그느니 황매로 담그느니 말들이 많지만 나는 완전히 익은 황매로 효소액을 담근다. 해에 따라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 6월 15일 이후다. 한때 드라마 "허준"의 영향으로 청매실로 담그는 효소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다. 모두가 역병에라도 걸렸는지 무얼 그리 청매실의 약성과 효능을 강조들 하는지 모르겠다. 청매실의 약성이란 사실 따지고 보면 독성에 다름 아니다. 매실이나 살구, 복숭아 등의 씨앗이나 덜 익은 과실에는 '청산배당체'라는 독성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책이나 자료에 따라서는 '아미그달린'이나 '시안배당체'로 표기되기도 하는데 '아미그달린', '리나마린', '프루나신' 같은 독성 성분을 통칭하여 '청산배당체'라 부른다. '아미그달린'보다 더 광의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 청산배당체는 인체 내에서 각종 효소나 세균과 결합하여 '청산'을 생성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로 그 '청산가리'다. 이 청산배당체를 두고 몸에 유해하니 아니니 말들이 많은데 특정 질병에 대한 치료제로 쓰이지 않는 한 인체에 좋을 리는 없다. 독약 성분이 몸에 좋을 리가 있겠는가? 독약은 항상 그 양이 극소량일 경우는 때에 따라서 약이 될 수도 있지만 일정 양을 넘어서면 독이 된다. 매실이나 복숭아의 씨 100g에는 '청산(=시안산)'이 100~200mg 정도 함유되어 있는데 보통 사람의 치사량은 50~60mg 정도라고 한다. 쉽게 말해서 복숭아나 매실 씨앗 서너 개면 사람을 죽게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과육에 청산배당체가 많이 함유된 청매실이나 덜 익은 복숭아를 먹지 말라는 것이다. 은행을 한꺼번에 많이 섭취하지 말라는 것도 같은 이유이고 매실 효소액을 담글 때 청매가 아니라 황매를 권하는 일차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청산배당체는 당분과 결합되어 있는 한 매우 안정적인 물질로 인체에는 별다른 해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인체 내의 여러 효소나 세균에 의해 언제든 청산으로 변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 매실 효소액을 담글 때 청산배당체가 많이 함유된 청매를 굳이 써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매실 효소액을 건강 음료로 마시지 드라마 "허준"에서처럼 역병 같은 전염병 치료약으로 쓸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 집 마당에 있는 매실나무에서 딴 매실. 완전 방치해서 키운 것이다.


청매보다 황매를 권장하는 이유에는 청산배당체 문제 뿐만이 아니라 유기산 함유량과도 관련이 있다. 황매에는 유기산의 한 종류인 구연산이 청매보다 훨씬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매실은 과육 80% 씨앗 20%로 구성되어 있다. 과육의 성분을 분석하면 수분이 85%, 당분 10%, 유기산 5%라고 한다. 유기산 중에 가장 뛰어난 약리 효과를 보이는 성분인 구연산은 매실 과육이 숙성되면 될수록 높아진다고 한다. 완전히 숙성된 매실의 경우 구연산이 사과산보다 4배 정도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숙성되지 않은 매실의 경우는 사과산 성분이 더 많다고 한다. 이것이 매실 효소액을 담글 때 청매보다 황매를 권장하는 궁극적인 이유이다.


매실 효소액을 담그는데 있어 또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설탕이다. 꽤나 알려진 산야초 효소 관련 책에 보면 효소를 담글 때 황설탕이나 심지어 흑설탕을 사용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발효 효소를 담글 때 황설탕이나 흑설탕을 써야 한다고 인터넷이나 SNS 상에서 수없이 복제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러 색깔을 도드라지게 만들어 판매를 늘리는 등의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면 발효 효소액은 유기농 원당이나 비정제 설탕이라면 모르되 정제 설탕으로 담글 경우에는 흰설탕으로 담궈야 한다. 원재료의 맛과 향이 가장 깔끔하고 자연 그대로 우러나는 것이 흰설탕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황설탕이나 흑설탕은 정제된 흰설탕에 식품첨가물이나 색소를 넣어 이차 가공한 설탕이다. 곧 원당을 정제한 상태(=흰설탕)에 열을 가하면 갈변현상이 일어나 색이 황색으로 변하면서 원당의 향취가 어느 정도 살아나게 되는데 이것이 황설탕이고 이 황설탕에 카라멜 시럽이나 색소를 넣어 가공한 것이 흑설탕이다.



▲ 지인이 보내준 매실. 매실 40kg에 설탕 32kg 비율로 담는데 식재료용인 매실청으로 쓸 것이다.


몸에 좋은 것 먹자고 애써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를 가지고 발효 효소를 담그면서 왜 식품첨가물이나 인공 색소를 넣은 설탕을 사용해야 하는가? 왜 자연의 발효 식품을 먹으면서 인위적인 향이 더해진 황설탕이나 흑설탕을 사용해 자연 그대로의 맛이나 향취를 죽여야 하는가? 아직도 황설탕이나 흑설탕을 사용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해 보시기 바란다. 단, 유기농 원당이나 비정제당을 사용할 경우는 예외다. 유기농 원당이나 비정제당은 원당 특유의 독특한 향이 있어 효소 재료와의 궁합을 고려해야 하지만 정제당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영양소들을 함유하고 있기에 발효 과정에서 효소 원재료에 없는 성분들이 추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비정제당을 사용할 것인가 정제 흰설탕을 사용할 것인가는 원재료의 향이나 맛을 우선시할 것인가 몸에 좋은 설탕을 사용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정제 흰설탕을 사용할 경우에도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6개월 정도 뒤에는 설탕이 과당이나 포도당화 되기에 몸에 해로운 설탕을 먹는 것이니 어떠니 하는 논란이나 걱정에는 귀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설탕과 관련해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비율의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매실 효소를 담글 때 매실과 설탕의 비율을 1:1로 하는 것이 좋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앞에서 매실의 성분을 언급할 때 기술했지만 매실은 무게를 기준으로 할 때 과육이 80% 씨앗이 20%의 비중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매실 10kg으로 효소액을 담글 때 설탕이 1:1 비율이라는 건 8kg의 설탕을 사용한다는 말이다. 이걸 많은 사람들이 설탕 10kg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 간단한 비유로 매실씨를 제거하고 담는 장아찌를 생각해 보라. 이때 1:1 비율이라고 하면 매실씨를 제거한 무게와 설탕 무게를 비교하는 것이지 씨의 무게까지 포함해서 말하는 건 아니지 않겠는가?



▲ 직접 딴 매실. 매실 40kg에 설탕 27kg 비율로 담는데 발효시켜서 음료용으로 쓸 것이다.


나의 경우는 매실 효소를 담글 때 두 가지로 나눠서 담는다. 매실 효소액을 완전히 발효시켜서 음료용으로 쓸 것과 발효시키기보다는 효소액으로 보관하여 식재료용으로 쓸 것으로. 음료용으로 쓸 것은 설탕을 매실 무게 대비 매실의 수분 함량인 85%만 넣는다. 곧 10kg의 매실이라면 설탕의 필요량은 10*0.8(매실의 과육 무게)*0.85(매실 과육의 수분 함량)=6.8kg이 된다. 이 경우는 발효가 왕성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효소액을 담근 뒤 세심하게 관리해 주어야 한다. 자칫하면 덥고 습한 여름 날씨에 과발효되어 넘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기산 발효이기 때문에 내버려 두면 지나치게 초산화가 진행될 수 있으므로 적당하게 발효시킨 뒤 걸러낸 다음 냉장 보관하는 게 좋다. 식재료용으로 쓸 것은 설탕을 거의 1:1 비율인 8kg 정도 넣는다. 이 경우는 3개월 정도 지나 걸러낸 뒤 상온에 보관해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이것은 담그는 사람의 방법과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닐 것이다.


주말 이틀 동안 메주콩 심고 우거지는 풀 정리하고 나오면서 하천변의 매실나무에서 30kg 가까운 매실을 땄다. 이 매실나무의 주인이라 우기는 사람들이 6월 초에 수확하고 남겨둔 자투리가 2주 동안 자라 노랗게 익은 황매실이 되어 있었던 것. 지인이 보내준 매실 40kg과 마당에 있는 매실까지 더하니 거의 80kg에 육박한다. 씻고 다듬어서 담으니 4말(72L)짜리 항아리 두 개에 가득 차는 양이다. 며칠 동안은 가라앉은 설탕을 저어주어야 하고 이후에는 과발효가 되어 넘치지는 않는지 여름 내내 신경써야 한다. 무엇이든 공으로 되는 것은 없다. 효소든 장아찌든 장이든 담은 뒤 방치해 두고선 나중에 곰팡이가 피었니 시었니 하는 사람들을 보면 애초에 왜 고생해서 담는지 모르겠다. 자식을 낳았으면 키워야 하듯이 장류나 효소류도 담궜으면 완성될 때까지는 보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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