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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일상

치자꽃 향기를 맡으며...

by 내오랜꿈 2015.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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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안 오고 날씨만 잔뜩 흐리다. 이러기를 벌써 4일째. 어제 아침엔 소나기가 내리는 기미가 보여 마당에 어지러이 널린 마늘을 창고 안으로 옮기는 소동까지 벌였다. 소나기는커녕 머리카락도 젖지 않을 빗방물만 몇 개 세다 말았다.




전형적인 장마철 날씨다. 무슨 소리냐고 하실 분들이 많겠지만 지금 제주도는 이미 장마에 접어들었다. 6월 들어 제주도는 오늘까지 치면 8일 동안 비가 왔다. 많든 적든 절반 가까이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는 말이다. 전국이 가뭄으로 난리인 탓에 기상청이 함부로 장마란 말을 못 꺼내는 것이겠지만 이건 전형적인 6월 장마의 모습이다. 이곳 고흥도 제주도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는 날씨가 4일 동안 계속되고 있다. 간혹 햇볕이 잠깐 보일 때도 있지만 온종일 하늘은 우거지상을 하고 있다.




비가 올려면 오고 맑으려면 맑아야 하는 때다. 마당엔 수확한 마늘과 양파가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고 텃밭엔 비를 기다리는 고추와 옥수수, 강낭콩 등이 있다. 하나라도 매조지를 지었으면 좋겠는데 하루면 다 마를 도토리묵이 사흘째 선반에 널려 있는 걸 보니 심란하기만 하다.


어느 것 하나 만족시키지 못하는 어정쩡한 날씨. 내 마음 속에 피었다 사그러드는 끝없는 잡념 같다.





시도 때도 없는 숱한 잡념에서 문득 정신차리게 만드는 건 코끝을 스치는 치자꽃 향기다. 지난 주말부터 피기 시작했으니 다음 주까지 우리 집 마당에서는 살랑거리는 바람에도 치자꽃 향기에 취할 수 있다.


개들도 흐린 날에는 부산스럽지 않다. 집 안에 들어앉아 고개만 내놓은 채 나의 동선을 따라 눈알만 굴리는 삼순이. 카메라를 들이대니 익숙한 듯 쳐다보며 꼬리를 흔들다 셔터 소리에 귀만 쫑긋 세운다.


잔뜩 찌푸린 유월 어느 날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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