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마는 여러 면에서 고맙다. 한창 가물었던 때에 빗줄기를 몰고 와서 그렇고 세차고 드센, 모든 걸 집어삼킬 듯한 맹렬한 기세가 연상되는 장맛비가 아니라 갈증난 나뭇잎을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바람 같은 비라서 그렇다.
▲ 대나무를 조각내 만든 지지대들.
지난 주 화요일, 이곳에 내린 비는 42mm. 하루 종일 같은 템포로 스무 시간 가까이 내린 양이다. 오늘, 내일 내리는 비도 그랬으면 좋으련만 태풍의 영향을 받는다고 하니 같은 걸 기대하는 건 조금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번 비에 텃밭에 새롭게 시도한 지지대가 테스트를 받을 것 같다. 이곳은 바닷가 근처라 꼭 태풍이 아니더라도 강한 바람이 잦은 지역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농가는 고추나 오이 지지대를 쇠막대기 등으로 튼튼하게 박는 편인데 나는 반대로 하늘거리는 대나무를 이용했다. 그것도 통대나무가 아니라 4등분 6등분 한 대나무 조각으로.
토마토나 오이 포기에 대나무 조각 지지대를 박고 그 대나무 끝을 끈으로 엮어 묶어 주었다. 대나무의 탄성이 허용하는 만큼 바람에 흔들리도록 하는 구조다. 이걸 본 동네 어르신들은 걱정스러운 듯 한마디씩 하신다. 그게 견디겠냐고. 글쎄, 난 줄이 끊어지지 않는 한 견딘다고 생각하며 만든 것인데 두고 볼 일이다.
아직까지는 조용조용 오는 비. 창고 지붕에서 내리는 빗줄기를 받느라 집안에서 동원될 수 있는 모든 통이 집합했다. 집안 청소도 하고 비 그친 뒤 고추나 토마토에 식초나 매실효소액, 바닷물 살포할 때도 수돗물보다는 빗물로 희석해서 하면 더 효과적이다.
3일 동안 이 빗줄기, 이 빗소리와 함께해야 한다. 나도 지겹겠지만 고추나 토마토, 파프리카 등도 이 비가 지겨울 것이다. 다행인 것은 아직 기온이 낮은 탓에 습한 날씨임에도 탄저병이 올 확률은 적을 것 같다. 최저기온이 좀처럼 20도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날이 지속되고 있다. 여름 치고는 냉해가 우려될 정도의 저온이다. 본격적인 여름은 아직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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