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파종한 지 100여 일. 수확할 때가 지나고 있다. 지난 주에 수확하려 했으나 워낙 땅이 메마른 탓에 뽑아내기가 쉽지 않아 미뤄 두었던 것. 사실 당근 봄 재배는 가을 재배보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3월 파종이 가능한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물론 고랭지 재배는 예외다). 어느 정도 결실의 불확실함에도 꼬박꼬박 봄 재배를 하는 이유는 직접 키운 당근의 맛과 향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사먹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6월 내내 가물었다 지난 번에 내린 비에 당근 잎줄기가 회춘한 듯 연두빛으로 파릇파릇하다. 욕심 같아서는 원예작물학 교본대로 10여 일 더 키워서 뿌리를 굵게 만들고 싶다. 허나 지금 같은 고온에 더 키워봤자 카로틴 착색도 더 이상 안 될 뿐더러 뿌리는 조금 더 굵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잔뿌리가 난다든지 갈라진다든지 해서 득보다는 손실이 더 클 터. 땅이 적당히 촉촉한 덕분에 지난 주보다는 한결 캐기가 수월하다.
불과 몇 평 안 되는 땅에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뿌린 씨앗인데 어찌 이리도 자란 정도가 제각각일까? 가늘고 길게 자란 것부터 굵고 짧은 것, 자라다 만 것부터 몇 가닥으로 갈라진 것까지. 어차피 내가 먹을 거니까 생긴 모양이 무슨 상관이랴만 이 '차이'가 씨앗의 좋고나쁨에서부터 내재된 것인지 발아 이후의 후천적 성장 과정 때문에 그런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어쨌거나 먹는 데는 문제 없으니 보관만 잘 하면 두세 달은 넉넉하게 먹을 수 있다.
당근을 갈무리한 뒤 종자용 쪽파 구근을 살펴보니 싹이 난 게 몇 개 보인다. 아마도 구근을 말리느라 뙤약볕에 보름 이상 놓아 둔 터라 종자 휴면성이 벌써 타파된 것 같다. 그래서 아직은 이른 때지만 시험 삼아 조금 파종해 보기로 했다. 싹이 난 것 위주로 골라 120cm 이랑에 파종골 세 줄을 만들어 심었다. 장마가 오래 간다거나 해서 습한 날씨에 썩지만 않는다면 싹이 올라오는 건 그리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일주일에서 열흘이면 확인할 수 있으리라.
'살아가는 모습 > 농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나무 지지대 (0) | 2015.07.07 |
---|---|
가을 재배용 양배추, 브로콜리, 케일 포트 파종 (0) | 2015.07.03 |
장맛비 내리는 6월 마지막 날의 텃밭 모습 (0) | 2015.06.30 |
텃밭 재배 토마토의 즐거움 (0) | 2015.06.26 |
하짓날의 텃밭 풍경 (0) | 2015.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