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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장맛비 내리는 6월 마지막 날의 텃밭 모습

by 내오랜꿈 2015.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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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마지막 날. 장맛비가 내린다. 장마에 연상되는 세차고 험상궂은 폭우가 아니라 바람 잔 날 내리는 보슬비 같다. 쉼 없이 내리는 보슬비.




퇴비 하나 넣지 않고 인위적인 수분 공급도 없이 키운 고추. 게다가 100포기 중 20여 포기는 모종도 시원찮았던지라(아마도 종묘상에서 키울 때 준 물비료에 뿌리가 상했던 것 같다) 옮김 몸살을 심하게 했었는데 지난 번 비를 맞고부터는 그런대로 꼴을 갖춰 가고 있다. 고추밭에 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게 고추가 아니라 강낭콩이다.^^ 폭 120cm 이랑에 고추 한 줄만 심기는 공간이 아까웠던지라 강낭콩 한줄을 추가로 심었다. 그 강낭콩이 주작물인 고추보다 더 우람한 자태를 보이는 것. 무게를 못 이겨 자꾸 고추쪽으로 쓰러지기에 할 수 없이 지주를 세워 묶었다. 강낭콩에 지주가 웬 말인가? 거름을 안 주기는 매한가지인데 강낭콩 키우면서 이렇게 우람하고 튼실하게 자라기는 처음이다. 




자가육묘한 파프리카와 가지. 토마토 사이에 번갈아 심어 두었는데 별다른 문제없이 자라고 있다. 파프리카의 경우 작은 덩치에 너무 많은 열매를 달고 있어 솎아 줄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는 지경이다.




장마 전에 당근을 캘까 하다 조금 더 키우자 싶어 그냥 두었는데 살짝 후회스럽다. 어깨를 넓게 벌린 모습을 보니 캘 때가 지난 것 같다. 양배추도 수확할 때가 지났는데 냉장고에 빈 자리가 없다기에 대여섯 포기를 밭에 그냥 방치(?)하고 있다. 장마를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




봄 내내 식탁에 올랐던 상추도 대를 키우고 있다. 자신의 역할을 다해 가고 있다는 신호다. 반면 상추보다 야생성이 강한 치커리 종류는 아직 파릇파릇하다. 여름 상추를 파종해야 하는데 장마 때문에 늦추고 있다. 발아 초기에 혹시 모를 폭우라도 맞으면 '도로아미타불'이 될 확률이 크기에. 1년에 두세 번 파종하고 솎아내는 상추와는 달리 부추는 신경 쓸 일이 없다. 아마도 부추 만큼 키우기 쉬운 작물도 드물 것이다. 6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아무런 병해도 없이 해마다 같은 모습으로 자란다. 지난 일요일에 베어냈는데 벌써 파릇하게 잎줄기를 밀어올린다.




올해 처음으로 키우는 허브 종류. 스위트 바실은 꽃대를 올리고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고추나 토마토 같은 작물 사이에 스위트 바실과 오레가노를 번갈아 심어 키우고 있는데 그 강한 향이 충기피 식물로 작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제충국 등 충기피 식물이 따로 있긴 하지만 향신료가 주목적인지라 덤으로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램일 뿐이다.




비 온다는 소식에 전날 북을 준 옥수수. 아마도 장맛비에 가장 좋아할 작물은 옥수수나 메주콩 같은 작물이 아닐까 싶다. 하루 빨리 덩치를 키워야 할 것들이기에.


하루 종일 장맛비가 내린다, 부드러운 장맛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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