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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텃밭 재배 토마토의 즐거움

by 내오랜꿈 2015.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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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농사를 시작한 뒤 해마다 빠뜨리지 않고 키우는 토마토. 작년까지는 종묘상에서 모종을 사다가 심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자가육묘를 했다. 육묘를 하다 보니 몇 포기만 키우기가 좀 그래서 1차, 2차로 나눠 좀 넉넉하게 파종했다. 품종도 한두 종류가 아니라 5가지. 그러다 보니 지금 텃밭엔 50여 포기의 토마토가 자라고 있다.



▲ 집 앞마당의 토마토. 텃밭엔 해마다 10여 포기만 심는지라 올해도 그 정도 땅만 남겨 두었기에 임시방편으로 심은 것이다.


▲ 3차로 심은 토마토 20여 포기


토마토를 키워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텃밭에서 50포기의 토마토를 관리하는 건 쉽지 않다. 아침마다 지주에 묶어 주고 곁순을 따 주는 것 같은데 돌아서면 또 자라 있는 것 같다. 지금은 그래도 3차로 심은 게 덜 자라서 그렇지 이것까지 자라면 더 정신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종류도 다섯 가지인지라 각 종류별로 자라는 걸 관찰하고 기록할려고 했는데 이젠 기록하는 건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 나중에 수확한 뒤 맛을 보고 선택하긴 하겠지만 두세 종류면 족할 것 같다. 그 이상은 텃밭에서 기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다.



▲ 노란장원방울토마토. 꽃송이가 무한증식하듯 계속 피어난다. 이게 과연 다 익을까?


▲ 이제 익기 시작하는 원홍 토마토. 원홍 방울 토마토는 이미 한두 개씩 따먹고 있다.


종류가 많다 보니 자라는 모습도 가지가지다. 그 중에서 노란장원방울토마토라는 품종은 처음에 돌연변이가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돌연변이(?) 토마토)로 다른 품종과 자라는 모습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각각의 꽃송이가 마치 무한증식하듯 생장점을 잘라주지 않으면 계속 꽃을 피우는 것이다. 아마도 저 토마토 한 그루에 지금까지 수천 개의 꽃이 피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어느 정도는 자연낙과 하는 등 스스로 수량을 조절하겠지만 이게 과연 다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싶다. 꽃송이를 좀 잘라 주고 싶은데 어떻게 되나 싶어 다섯 포기를 지켜만 보고 있다.


1차로 심은 '원홍'(농진청에서 개량한 품종이다) 종류의 토마토는 이제 하나 둘 익기 시작하는데 방울 토마토는 익는 대로 날름날름 따 먹기 바쁘다.



▲ 10여 포기는 텃밭 이곳저곳에 다른 작물, 오이나 고추 등과 섞어서 키우고 있다.


2차로 심은 10여 포기는 고추나 가지, 오이 등이 심어져 있는 이랑에 섞어심기 했다. 표본이 얼마 되지 않아 특별한 증상이 나올 확률은 작지만 혼작했을 경우 어떻게 되나 싶어서 재미삼아 지켜보고 있다.


사실 토마토는 다른 과일에 비해 맛이 밋밋한 과채류로 취급받는다. 다른 대부분의 과일이 당도만 높이는 방향으로 개량된 탓에 달지 않으면 과일 취급을 못 받을 정도인데 아직 토마토만은 예외인 듯하다. 여기에는 토마토 재배 환경도 한몫한다. 대규모 하우스 재배에서 토마토의 당도를 증가시키려면 수분 스트레스를 주면 된다. 곧 어느 정도 완숙기에 접어든 토마토에 수분 공급을 차단하면 토마토의 당도는 높아진다. 하지만 크기나 무게는 수분을 충분히 공급했을 때보다 작아지는 단점이 있다. 이러니 농가에서는 당도를 높이는 방법을 알고 있어도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알다시피 토마토의 가격은 크기와 무게에 비례하니까.


이런 까닭에 텃밭에서 키운 토마토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재배한 토마토와는 그 맛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어떤 사람은 내 텃밭의 토마토를 먹어보고선 자기가 지금 사 먹고 있는 유기농 매장의 토마토가 유기농이 맞는지 의심스럽다고까지 얘기한다. 그러나 이건 유기농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상업적인 목적으로 재배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먹기 위해 키우기에 일부러 수분을 공급해서 크기를 키울 이유가 없는 텃밭 재배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우리 나라에서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가장 큰 유기농 매장은 "한살림"과 "자연드림"이다. 이들 매장에 공급하는 농가들이 과연 소농일까? 기업농일까? 내가 알기론 농가수가 아니라 공급물량을 퍼센티지로 따지면 대부분 기업농이다. 특히나 토마토나 수박 같은 과채류를 공급하는 농가의 일년 매출액은 억대는 기본이고 십 억대를 넘어가는 기업농이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서는 내가 직접 '생협' 내부에서 보고 경험한 것이니까 기회되면 이야기해 볼까 한다(내가 왜 자꾸 이런 총 맞을 짓을 만드는지 모르겠다....ㅠㅠ) 말만 유기농(유기 인증을 받은 무기 농약이 얼마나 많은지, 유기 인증을 받은 비료들은 또 왜 그리 많은지...)이지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되는 유기농이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농협 직원과 몇몇 조합원을 위한 조직으로 변질되어 왔듯이 생협이 소비자나 소규모 생산자를 위한 조직이 아니라 몇몇 기업농 생산자를 위한 조직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유기농이란 이름만 붙으면 안심하고 먹던 시대는 지났다고 봐야 한다. 소비자들이 정신차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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