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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일상

때 아닌 폭우가 쏟아지다

by 내오랜꿈 2015.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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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짓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항상 일기예보에 민감하다. 그래서 기상청 홈페이지는 네이버나 다음보다 더 자주 찾게 된다. 지난 토요일 새벽 기상청 홈피에서 날씨를 확인했을 때는 화요일 오전에 스치듯 가볍게 오는 비로 예보되어 있었고, 일요일 오후에 확인했을 때는 화요일에서 수요일 오전에 걸쳐 1~4mm 정도 내리는 걸로 예보되어 있었다. 1~4mm란 비의 양이 예보되는 최소량이다. 이 예보에 따라 사 온 고추 모종을 일요일에 심지 않고 월요일 해거름에 심었다. 그러다 막상 어제 오후에 확인했을 때는 화요일에서 수요일 이틀 동안 구간구간 1~4mm 또는 5~9mm 정도 오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 예보를 보고 아주 좋아했었다. 이 정도 양이면 이쪽저쪽 밭에 심은 고추 200여 포기에겐 더없이 고마운 비가 될 터이니.



 2015년 04월 29일 01:10분의 한반도 기상 레이더 영상


그런데 어제 밤 늦게부터 빗소리가 굵어지더니 날이 바뀌고부터는 천둥번개까지 동반한 거센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기상청 홈피에 들어가 확인하니 내가 사는 지역 인근은 시간당 30~45mm 정도의 폭우가 내리고 있다. 급기야 천둥번개에 전기가 나가고 TV에서 무엇인가 터지는 소리까지 난다. 두꺼비집을 열어 보니 누전 차단기가 내려가 있다. 누전 차단기를 올리니 전기는 다시 들어오는데 TV 전원은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젠장할.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아침에 일어나 텃밭을 둘러 보니 큰 피해는 없지만 단시간에 비를 얼마나 쏟아부었던지 밭이랑에서 물을 다 흡수하지 못 하고 넘쳐 흐른 흔적이 선명하다. 가벼운 지푸라기들이 물에 떠내려 가다 한곳에 쏠려 있다. 추가로 파종해서 막 싹이 나기 시작한 상추는 폭탄을 맞은 듯 떡잎이 멍들고 뿌리가 파여 있다. 다 자란 상춧잎도 빗줄기에 맞아 멍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빗줄기의 세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정도면 뭐 텃밭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앞마당에서 트레이포트에 키우던 모종들은 작살이 났다. 연약한 상토가 굵은 빗줄기를 견디지 못해 다 파이고 모종들은 대부분 목이 부러져 있다. 한낮의 햇빛이 너무 강해 오전에만 햇빛이 들고 오후에는 그늘이 지는 후박나무 아래에 두었는데 나뭇잎에서 한데 뭉쳐 떨어지는 빗줄기에 맞은 것 같다. 대부분은 텃밭으로 옮기고 허브나 늦게 파종한 가지, 오이, 근대 등이 있었는데 아마도 살아남기 힘들 것 같다. 이런 우라질...



▲ 집 앞을 흐르는 개울

▲ 흙탕물이 된 도화천


도대체 누굴 탓해야 하나. 물론 한밤중이라도 천둥번개 소리를 들었으면 모종을 옮겼어야 맞겠지만 이 정도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기상청 예보는 저녁 무렵에 확인할 때까지 별다른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이쯤되면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이 지역에 내린 비는 최소 150mm에서 최대 190mm 정도다. 시간당으로는 최대 45mm까지. 이 정도면 한여름에 내리는 집중호우 수준이다. 


해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곳 남도는 점점 농사 짓기가 힘든 기후로 변해가는 것 같다. 하우스라면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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