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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일상

삼순이를 어찌하오리까? - 하루도 안 돼 비명횡사 당한 토마토 모종

by 내오랜꿈 2015.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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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개 두 마리가 있다. 봄 그리고 삼순. 한 어미에게서 태어난, 그러나 태어난 배가 다른 자매다. 하나만 키우면 외로울 것 같아서 어미 삼순이가 급작스레 세상을 떠날 때 갓 젖을 땐 새끼들 중 한 마리를 기존에 삼순이와 같이 키우던 봄이의 말동무로 선택했다. 그게 바로 이놈, '삼순이 주니어'다.




시골에 들어오면서부터 4년을 함께하다 간 삼순이의 이름도 자연스레 물려받았다. 그런데 이놈이 만만찮은 놈이다. 뭐랄까, 안 그런 척 하면서 할 짓 못할 짓 다 하는 놈이랄까? 우리 눈앞에서는 한없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조그만 손짓에도 복종하는 자세를 취하지만 주인의 시야만 벗어나면 어떤 형태로든 장난질의 흔적을 남긴다. 대부분은 피해랄 것도 없는 미미한 수준이라 웃고 넘어가는데 이번에는 옮겨 심은 지 하루도 안 된 토마토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지난 주에 토마토 옮겨 심을 곳에 미리 퇴비를 넣어 이랑을 만들어 두었는데 그때도 다음날 아침에 보니 이랑을 파헤친 흔적이 남았었다. 이상하게도 삼순이는 퇴비 냄새의 유혹을 못 견디는 편이다. 그러나 빈 이랑 조금 파헤친 거야 뭐 애교 수준이니 뭐라 할 것도 못 된다. 그런데 어제는 토마토가 있는 이랑을 파헤친 것. 토마토를 옮겨 심은 뒤 혹시나 싶어 토마토 포기 사이에 깻묵을 조금 묻어 두었다. 기온이 갑자기 내려갈 때를 대비해 지온 상승용으로 넣어 둔 것. 그리고 뿌리가 활착한 뒤에는 삭으면서 거름으로도 활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그런데 삼순이가 그 깻묵 냄새를 못 참은 것이다.




문제는 깻묵을 파헤치면서 연약한 토마토 모종을 밟으면서 돌아다녔다는 것. 안 그래도 실내에서 자라 연약하기 그지없는데 삼순이의 육중한 몸에 밟히고 밀렸을 테니 토마토 입장에서는 거의 천재지변이나 다름없었을 것. 아침에 일어나 보니 몇 포기는 아예 땅바닥과 동침하고 있고 대부분 비스듬히 기울어 있다. 자세히 살펴 보니 두 포기는 아예 목이 꺾여 있고 한 포기는 생장점 부근이 꺾여 있다. 급히 지주를 세우고 묶었지만 아마도 세 포기는 모두 회생불가능 할 것 같다. 열여섯 포기 중에 세 포기씩이나.




허탈하다. 심은 지 하루도 안 돼 비명횡사라니. 어쩔 수 없이 이 '자유로운 영혼'을 감금조치 했다. 우리 집은 개들을 묶어 키우지 않는다. 그 짧은 줄에 하루 종일 묶어 키울 바에야 안 키우는 게 낫다는 생각이기에.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묶어야 할 때가 생긴다. 작물에 심각한 피해를 줄 때와 가임기간일 때.


묶여 있는 삼순이를 보니 떠나간 삼순이가 그리워진다. 걔는 우리가 하지 말라는 짓은 절대 안 했을 뿐더러 우리가 밭 이랑 사이 고랑으로 다닌다고 자기도 따라서 고랑으로만 다니던 아이였다. 이 삼순이가 어미 반만이라도 닮았으면 묶여 지내는 일은 없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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