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이 끼인 연휴. '강아지 손도 빌린다'(고양이 손이었나?)는 속담도 있을 정도로 바쁜 농번기다. 마늘, 양파 등 월동 작물 수확에 고추, 오이, 콩 등 여름 작물 심고 모내기까지 해야 하는 때이니 이런 속담이 생겨났으리라. 내 어릴 때만 하더라도 남부지방의 모내기는 6월초나 중순경에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보리나 밀 등의 이모작이 필수였던 시절이라 월동 작물의 수확이 끝나야 모내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그러나 지금은 5월 말이면 모내기가 완료된다. 그것도 대부분 이앙기를 이용해 기계묘를 심으니 벼농사에 관한 한 옛날처럼 일손 부족을 걱정할 시절은 아니다.
이 즈음의 농촌 들녘 한쪽은 모내기 하는 이앙기 소리가 털털거리고 한쪽은 동네 할머니들이 모여 마늘을 뽑아 말리느라 요란하다. 이 틈바구니에서 한가한 목가풍의 '게으런' 밭도 있다. 풀로 덮인 채 한가로이 쉬고 있는 밭. 지지난 주에 낫으로 풀들을 대충 쳐두었는데 그새 제법 더 자랐다. 오늘은 이 밭을 일구어 깨 파종밭을 만들어야 한다. 자주 가지 못하는 밭이기에 마늘이나 깨 등 손이 덜 가는 작물 위주로 심고 있다.
옆지기와 처제 신랑까지 동원되어 두어 시간 정리하니 대충 밭 꼴이 잡혀 간다. 이랑 너비를 120cm 정도로 정확하게 잡아서 여름에는 참깨나 들깨 파종밭으로 가을에는 마늘이나 양파 파종밭으로 고정시킬 계획이다. 참깨는 이번 주에 파종하고 들깨는 날씨 보아 가며 하지 전후로 파종할 생각이다. 대부분의 작물은 조금 일찍 파종하면 수확량을 늘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들깨는 일찍 파종하면 키만 키우는 탓에 늦여름이나 초가을 태풍에 쓰러지기만 할 뿐 별 도움이 안 된다. 들깨는 대표적인 단일식물이기에 춘분이 지나고 일정 시간이 경과해야만 꽃을 피운다. 그래서 하우스에서 키우는 잎들깨는 일몰후 일정시간 인공적인 빛을 쬐어 주면 꽃을 피우지 않는 영양생장만 지속할 수 있기에 잎을 계속 딸 수 있다. 한겨울에도 온도만 유지된다면 들깨 잎을 수확할 수 있는 이유다.
▲ 강낭콩. 마늘밭은 키 작은 풀들이 점령하고 있다. 수확기에는 마늘보다 위로 올라가지 않는 한 그냥 둔다.
▲ 상추. 처제 혼자서 키운 건데 욕심 많게도 씨를 엄청 뿌린 모양이다. 몇 바구니 솎아낸 뒤의 모습이다.
▲ 당근. 이 메마른 날씨에 제대로 수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랜 만에 세 자매가 모이다 보니 밭일보다는 수다 떨며 놀기 바쁘다. 그래도 하고자 했던 일은 대충 마무리 한 것 같다. 고추, 토마토 모종 지주대에 묶어 주기. 참외, 수박, 토마토 곁순 질러 주기. 강낭콩, 당근밭 풀 매기. 상추 솎아 주기 등등.
▲ 감자. 늦게 심은 탓에 수확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다음 주는 아마도 마늘을 수확해야 할 거 같다. 알 굵어지라고 욕심부리다 마늘대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힘들기만 할테니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마늘, 양파, 감자. 일주일 간격으로 순차적으로 수확하면 6월말이면 마무리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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