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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대파 겉 심기

by 내오랜꿈 2015.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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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는 나에게 참 애매한 작물이다. 안 심을 수도 없고 심자니 씨앗 파종에서 수확까지 꽤나 시간이 걸린다. 또한 언제나 마늘, 양파가 넘쳐나고 텃밭에 쪽파가 항상 대기하고 있으니 굳이 꼭 키워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래도 아주 없으면 아쉬울 때가 생기는 법이니 조금씩이라도 텃밭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기는 하다. 



지난 3월 16일 트레이포트에 파종한 대파 모종


3월 중순경 봄채소 파종을 위해 냉동실에 보관중인 씨앗을 꺼내서 정리하다가 오래된 대파 씨앗을 발견했다. 날짜를 보니 2010년에 채종한 것이다. 울산의 고향집 과수원 밭에 파종하느라 구입했던 것인데, 남은 걸 가져와서는 재작년까지 쓰다가 넣어 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이웃집에서 심고 남은 모종을 주는 바람에 대파 파종을 안 했던 것 같다. 5년이나 지난 씨앗인데 정상적으로 발아가 될까 싶어 트레이포트에 원예용 상토를 넣어 파종해 보았다. 40구 트레이포트에 구멍 하나당 15개 전후의 씨앗을 넣으면서 절반만 발아하면 성공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결과는 거의 100% 발아했다. 넣을 때 내가 욕심을 부렸는지 20개 이상 발아한 포트도 있을 정도다. 보관만 잘 하면 대파는 언제나 발아 가능하다는 증거다. 아직도 씨앗이 제법 남아 있으니 몇 년 더 묵은 씨앗으로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참개구리가 앉았던 자리


그런데 발아가 안 될 것을 염려하여 트레이포트에 조밀하게 파종했으니 없는 양분을 가지고 서로 자리다툼하느라 몸집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직 본밭에 옮길 만큼 크지도 않았는지라 며칠을 고민하다가 '겉 심기'(가식)를 하기로 했다. 양배추나 브로콜리 같은 경우는 뿌리내림이 좋아지고 품질도 더 좋아진다고 하여 겉 심기를 하기도 하지만 대파는 겉 심기를 할 필요가 없는 작물이다. 하지만 지금 저 대파 모종 상태는 임시로 옮겨 심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상토와 밭흙을 반반씩 섞어서 임시로 파종밭을 만들었다. 대파 모종을 포트에서 분리하여 2cm 간격으로 옮겨 심는 작업은 보기보다 만만찮다. 포트마다 열몇 개씩 뿌리가 서로 엉켜 있어 낱개로 분리하는 것도 일이고 하나하나 간격 맞춰 심는 것도 일이다. 한나절을 꼬박 투자해서 옮겨 심은 게 겨우 450개 정도. 아직도 한 200개 정도는 더 남은 것 같다. 저녁부터 비가 온다고 하니 그 전에 다 옮겨 심어야 하는데, 허리도 아프고 눈도 아프다. 그런데 도대체 이 많은 걸 누가 다 먹는담? 아마도 가을부터 우리 집에 오는 사람은 대파를 한아름씩 안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 사람들이 지금 내가 이러고 있는 걸 알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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