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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쪽파 구근(알뿌리) 갈무리

by 내오랜꿈 2015.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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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파는 백합과 작물이다. 대부분의 백합과 작물은 특이하게도 구근(알뿌리)으로도 번식하고 씨앗으로도 번식한다. 마늘, 양파, 부추, 파 등이 우리가 즐겨 먹는 대표적인 백합과 작물인데 파를 제외하고는 영양번식, 종자번식 모두 다 가능하다. 파는 크게 대파와 쪽파로 구분할 수 있는데(자잘한 종류가 제법 있지만 어차피 거기서 거기다) 대파는 씨앗으로, 쪽파는 알뿌리로 번식한다. 쪽파도 영양 상태에 따라 간혹 꽃이 피기는 하지만 불임성이라 씨앗을 맺지는 못한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는 쪽파에 꽃이 피었다는 건 영양 과잉 상태에 빠지도록 키웠다는 말이다. 이는 수확이라는 측면에서 보나 번식이라는 측면에서 보나 좋지 않다. 영양 과잉으로 꽃이 피었다는 건 수확 시기를 놓쳤다는 말이기도 하고 번식을 위해 알뿌리로 모여야 할 양분을 쓸데없는 꽃을 피우는데 낭비했다는 말이기도 하기에.



▲ 2014년 10월경의 쪽파 모습


어쨌거나 쪽파는 텃밭 재배에서 빠질 수 없는 작물이다. 파김치나 파전 등과 같이 그 자체로도 완결적인 식재료로 쓰이지만 다른 음식의 양념으로 훨씬 더 빈번하게 이용되기 때문이다. 보통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파종한 뒤 30일 정도 지나면 크게 자란 것부터 순차적으로 수확해 이용할 수 있다. 날이 추워지면 대를 쓰러뜨리고 월동한 뒤 이른 봄부터 다시 자라기 시작한다. 특별한 병충해가 없는 편이라 기르기도 아주 쉽다. 대부분의 텃밭 재배 관련 책을 보면 쪽파는 다비성 작물이니 어쩌니 하면서 많은 거름을 넣어야 한다고 기술되어 있는데 상업적 목적으로 내다 팔 거 아니면 거름 없이도 충분히 재배 가능하다. 거름 듬뿍 넣어 연약하게 키운 쪽파보다 거름 없이 키운 쪽파의 향이 훨씬 더 강하고 맛도 진하다. 


이러한 쪽파 재배에서 가장 귀찮은 것이라면 역시나 종자로 쓰일 알뿌리를 갈무리해서 보관하는 일이다. 딱히 어려운 건 없으나 덜 말리거나 해서 잘못 보관하면 장마철의 습한 날씨에 썩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쪽파 알뿌리 갈무리 후 말리는 모습


해마다 쪽파를 키우지만 점점 더 알뿌리 갈무리 하는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농사일지를 찾아 보니 재작년에 5월 19일, 작년에 5월 24일에 알뿌리를 캤는데 올해는 어린이날인 지난 화요일(5일)에 갈무리했다. 좀 있다 하고 싶어도 쪽파 대부분이 줄기를 늘어뜨리고 나자빠지는데야 도리가 없다. 괜히 더 놓아둬 봐야 종자로 쓰지도 못할 인편만 더 분화할 뿐이다. 올해 같은 경우 4월 중순까지의 잦은 비와 보름 전부터 한낮 온도가 25도 가까이 되는 날씨가 계속되다 보니 시기가 앞당겨진 것 같다. 


쪽파 알뿌리는 캐낸 다음 햇볕에 일주일 정도 말린 다음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양파망 같은 그물망에 넣어 처마 밑에 매달아 보관하면서 볕 좋고 바람 부는 날에는 한 번씩 꺼내어 다시 말려주는 게 좋다. 이론적으로 쪽파의 알뿌리는 종자 휴면성이라는 특성이 있어 30℃ 이상의 기온에서 20일 정도 노출되어야만 휴면성이 타파된다고 한다. 곧 금방 캐낸 알뿌리는 다시 심어봐야 종자의 휴면성 때문에 발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개 한여름을 나고 8월 이후에나 다시 파종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궁금한 건 이 30℃라는 게 어떤 기준이냐는 거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일기예보에서 말하는 온도를 의미하는 것인지 태양열에 의한 복사열까지 포함하는 것인지를. 요즈음의 한낮 온도는 보통 섭씨 20~25℃를 오르내리지만 실제 뙤약볕 아래에 온도계를 놓아 두면 40~50℃는 우습게 올라간다. 이럴 경우 쪽파 알뿌리를 요즈음의 뙤약볕 아래에 놓아둬도 종자 휴면성 타파의 기준이 되는 30℃가 적용되는가의 문제. 여러 책을 찾아 보아도 이 문제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해 놓은 책이 없다. 가장 교과서적인 설명은 20일간의 '고온처리'다.


그렇다면 직접 실험해 볼 수밖에. 만약 이 '고온처리'에 뙤약볕 아래의 온도에 노출된 것도 휴면성 타파의 기준에 부합한다면 쪽파는 알뿌리를 갈무리한 다음 특별한 약품 처리 없이도 언제든 파종 가능하다는 말이다. 맑은 날 뙤약볕 아래에서 20일 이상만 지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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