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대지를 촉촉히 적시며 살랑살랑 내리는 봄비라기보다는 여름날 성난 하늘에서 퍼붓는 폭우 같았다, 시간당 20mm가 넘게 쏟아지는 폭우. 비 온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텃밭에 추가로 뿌려 둔 얼갈이 배추와 열무 씨앗이 물에 떠내려갈 정도의 폭우였다. 토요일 저녁에 내린 비는 그렇게 요란스러운 흔적을 남기며 지나갔다. 그래도 새로이 씨앗 파종한 곳 말고는 텃밭 구석구석이 유기물로 두껍게 멀칭되어 있는 탓에 별다른 피해는 없는 것 같다.
일요일 오후, 잔뜩 지푸린 하늘이지만 비가 올 것 같진 않기에 옆지기와 뒷산에 올랐다. 고사리를 꺾기 위해. 오솔길 곳곳에 토사가 밀려와 어지러이 산개해 있다. 어제의 상황을 그대로 이야기해 주고 있는 듯하다. 길 양옆 고사리 군락지에선 군데군데 흑고사리가 올라오고 있다. 이곳의 고사리는 초록빛이 아니라 검은 갈색 빛을 띈다. 고사리를 꺾는 동안 막 피어나는 야생 두릅을 채취하는 건 덤이다.
잠시 동안 채취한 고사리와 취를 정리한 다음 두릅을 손질하여 데친다. 특이하게도 엄나무 순보다 늦은 두릅이다. 때마침 TV의 야구 중계에선 LG가 삼성에게 9회말 역전승을 거두고 있다. 1:5로 뒤지던 경기를 7회 한 점 8,9회 각 2점씩 뽑아 끝내기 승을 거둔 것. LG 광팬인 옆지기 난리도 아니다. 이 기분 그대로 두릅과 엄나무 순 데친 걸 안주 삼아 막걸리 파티를 벌인다. 저녁 식사로는 허전할 거 같아 고구마 하나를 썰어 전을 부쳐 곁들이는 것으로 일요일 저녁을 마무리.
날씨는 흐리지만 평온한 일요일 밤이다. 세월이 하 수상해도 때로는 이렇게 안빈자족하는 여유로움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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