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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묵은 밭 정리하고 고추, 토마토 심기

by 내오랜꿈 2015.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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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더위다. 겨우내 묵혔던 밭에 고추 심을 이랑을 만드느라 처제들과 함께한 주말. 낫질, 톱질 몇 번에 땀방울이 맺힌다. 마늘, 양파, 완두콩 심은 곳을 제외하곤 전부 새로 이랑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내 눈에 급한 건 이랑만들기가 아니라 밭둑에 뿌리내리기 시작하는 아카시아나 졸참나무 같은 잡목들과 가지치기를 하지 못한 감나무, 자두나무 등의 과실나무다.




야트막한 야산 끝자리에 위치한 밭이라 산을 끼고 밭둑이 형성되어 있는데 졸참나무나 아카시아 같은 잡목들이 밭둑을 파고들었다. 뿌리를 뽑아내야 완전한 제거가 될 터인데 그러다간 밭둑을 다 파헤쳐야 하니 쉽지 않은 일이다. 차선책으로 2년에 한 번 정도 낫이나 톱으로 잘라 주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어쩌면 그 뿌리들 덕분에 경사진 밭둑이 강우, 폭우에 견디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랑 만들기는 아내와 처제들에게 맡기고 밭둑 잡목 제거와 과실나무 전정에 매달리기를 6시간. 손바닥에 물집이 잡히려고 한다. 참, 무슨 농사꾼 손이 대여섯 시간 낫질, 톱질에 물집이 잡힌단 말인가. 하는 수 없이 밭둑의 3분의 1 정도를 남기고 다음을 기약한다.




미처 밭둑을 다 정리하지 못 한 이 구역은 늘 고구마를 심던 곳인데 재작년부터 아예 수확을 못 하고 있다. 멧돼지 때문이다. 이놈들이 알이 갓 들기 시작할 무렵이면 귀신 같이 내려 와서는 죄다 파헤쳐 놓는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꼭 사람들이 캐 갔다고 할 만큼 알뜰하게 캐 먹는다. 두 해를 이러고 보니 올해는 아예 고구마를 심을 엄두가 안 난다. 울타리를 치던지 해야 하는데 그게 또 만만찮은 일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다. 크레졸이 멧돼지 퇴치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걸 믿고 또 심기는 두 해에 걸친 아픔이 너무 크다. 



▲ 심은 지 4년 만에 꽃 다운 꽃이 핀 사과나무


▲ 과실나무 중 가장 늦게 싹이 나는 편인 대추나무


이 밭 한편에는 과실나무 20여 그루가 심어져 있다. 매실, 자두 , 감나무, 대추나무 같은 별로 손이 가지 않는 것 중심으로 심었지만 사과나무나 배나무 같은 예외도 있다. 사과나 배는 제대로 수확하려면 전문 농가가 아니고선 힘들다. 매실이나 자두 같이 그냥 방치해서는 병충해를 견디기가 어렵기 때문. 알면서도 심은 건 거의 자연 상태로 내버려 두었을 경우 어느 정도까지 열매가 맺히고 굵어지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밭둑 정리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여자들만의 힘으로 이랑을 만들어 비닐을 씌워 고추를 심고 있다. 비닐을 씌우는 농사를 반대하지만 이 밭은 어쩔 수가 없다. 처제가 일주일에 한 번 돌보러 오는 밭이지만 그마저 빠뜨릴 때도 있고 우리는 한 달에 두어 번 가기도 힘들다. 그러니 항상 풀이 더 빨리 자라 작물을 덮어 버린다. 달리 방법이 없다.


고추 80포기, 토마토 20포기, 양배추 브로콜리 17포기, 가지 5포기, 오이 5포기, 단호박 10포기, 수박 10포기. 오늘 심은 것들이다. 본격적으로 여름 농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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