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파종한 지 65일째. 3월 중순 이후엔 맑은 날이면 실외로 나가 햇빛을 쬐기도 했지만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많았던 관계로 거의 실내에서만 지내야 했다. 그래서인지 내가 잘 못 키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토마토 모종이 들쑥날쑥이다. 어떤 모종은 6절, 7절 잎까지 나온 반면 어떤 모종은 이제 겨우 4절, 5절 잎이 나오는 상태다. 싹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왔는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조만간 가을재배용 모종을 파종해서 다시 키워 보면 무얼 잘못했는지 알 수 있을런지...
토마토는 이론적으로 제1화방에 꽃이 필 때 옮겨 심으라고 한다. 제1화방은 보통 제8절이나 9절 잎에서 형성된다. 그렇다면 지금 키우는 모종은 한 일주일 정도 더 기다려야 할 거 같은데 지금처럼 실내에만 두면 몇몇 모종은 연약하게 키만 자라 도복할 거 같다. 그래서 좀 이르지만 옮겨 심기로 했다. 다만 지금 옮겨 심으면 야간 기온이 문제가 될 수 있기에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단기 상세 예보를 점검해 보니 크게 문제될 거 같지는 않다. 토마토를 비롯한 가지과 작물은 10℃ 이하에서는 성장이 정지되고 5℃ 이하에서는 냉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곳은 앞으로 열흘 정도 최저기온이 10℃에서 13℃ 사이를 왔다갔다 할 것이라고 하니 이 정도면 생리장해를 겪을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꽃눈을 형성시키는데 유리할 것 같다. 다만 토마토의 경우 착화기에는 최저기온이 12℃ 이하에 노출될 경우 기형과가 발생할 확률이 크다고 하니 꽃이 핀 상태에서 옮겨 심을 경우엔 주의해야 한다.
작년까지는 토마토 모종을 시장에서 구입했기에 일반 토마토와 방울 토마토를 각각 5포기씩만 심었다. 그런데 올해는 자가육묘를 하다 보니 종류가 다양해졌다. 무지주로 키우는 앉은뱅이 토마토 품종도 육묘한 것. 그러다 보니 품종별로 몇 포기씩만 옮겨 심었는데도 16포기나 된다. 제대로 자란다면 올 여름 내내 토마토는 넘쳐날 거 같다.
올해부터는 토마토를 두 번에 걸쳐 나누어 심을 계획이다. 지금 심는 것과 8월초에 심는 것으로. 이것은 토마토의 생육 특성을 감안해 노지 재배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키우기 위한 방법이다. 토마토는 특이하게도 영양 감응형 작물이다. 곧 체내에 영양이 축적되어 C/N율이 높으면 화아분화가 촉진되고 낮으면 영양생장이 계속된다. 쉽게 설명하면 햇볕이 강하고 저온일 때 충분한 영양을 흡수하면 꽃눈 형성이 촉진되지만 상대적으로 햇볕이 약하고 고온이며 흡수하는 양분이 적을 때는 꽃눈을 형성시키지 않고 영양생장을 지속한다는 말이다.
토마토 생육 실험에 따르면 본잎이 4~5매 정도 자란 토마토를 7~10일간 야간 온도 10℃ 정도에 노출시키면 6절에서 8절 사이에서 제1화방이 출현하지만 야간 온도를 20~25℃로 조절하면 10~12절에서 제1화방이 형성된다고 한다. 영양 감응형 작물이면서 저온에 감응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따라서 토마토 재배에서 한낮 온도가 30℃가 넘고 밤에도 20~25℃ 정도인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 사이의 노지재배는 꽃눈 형성보다는 잎만 무성하게 자라는 영양생장이 주를 이루게 된다. 토마토를 키워 본 사람들은 알 수 있겠지만 이 시기는 곁순을 쉴 새 없이 따 주지만 나올 곁순이 없으면 잎 끝에서까지 새순을 만들어 낼 정도로 영양생장이 왕성하다.
따라서 봄에 심은 토마토를 이 시기가 지나도록 계속 키우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두 번에 걸쳐 나누어 심는 걸 시도하고자 한다. 4월 말에 심어서 5월 초부터 꽃눈을 분화시켜 제7화방까지 키운다고 가정하면 6월 말이나 7월 초에는 화아분화를 마칠 수 있다. 그리고 7월초에 씨앗을 파종하여 모종을 키우면 8월 10일경에 제1화방에 꽃을 피워 옮겨 심을 수 있고 이후 9~10일마다 꽃을 피우면 9월 말 전에 제6화방 정도까지 꽃을 피울 수 있다. 물론 날씨에 따라서는 제6화방의 토마토가 제대로 익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론적으로는 11월 10일경에 제6화방의 토마토가 익는다는 말인데 아마도 내가 사는 지역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몇 년 동안의 토마토 키우기를 통해 경험한 것과 이론적인 토마토의 생육 특성을 감안해서 시도하는 것인데 얼마 만큼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낼지는 모르겠다. 일단 계획한대로 시작하고 나서 생각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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