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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먹거리

고사리와 고비

by 내오랜꿈 201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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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 중에 가장 흔하고 누구나 쉽게 채취할 수 있는 게 아마도 고사리 종류가 아닐까 싶다. 4월과 5월 두 달에 걸쳐 우리나라 산야 어디에서나 채취할 수 있으니 여타 봄나물에 비해 채취기간도 비교적 긴 편이다. 종류도 다양해서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종류만 해도 백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가 식용으로 쓰는 식물 대부분이 같은 이름으로 불릴 경우 분류학상으로는 같은 종(種)이거나 최소한 속(屬)에서 분화하는데 반해 고사리 종류는 고사리목(目)에서 갈라진다. 고사리와 비슷한 고비만 하더라도 고사리목 고비과(科)다. 따라서 같은 고사리라 불리더라도 식물 분류체계를 따지자면 쑥이나 상추, 민들레 사이 만큼이나 차이가 나는 종류도 있다는 이야기다. 쑥, 상추, 민들레는 분류학상 모두 같은 국화과 식물이다.



▲ 고비(위)와 고사리(아래)


지역에 따라서 고사리는 채취해서 식용으로 쓰지만 고비는 먹지 않는 곳도 있다. 내가 사는 지역만 하더라도 고비는 잘 먹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집 주위에서 자라는 고비는 항상 내 차지가 된다. 고사리는 경쟁이 치열하지만 고비는 완전 독점이니까. 사람들이 고비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고사리보다 쓴맛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방법으로 조리할 경우 고비는 확실히 고사리보다 쓰다. 


그러나 그 쓴맛을 없애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뜨거운 물에 데친 뒤 물에 조금 더 오래 담궈 두면 된다. 나의 경우는 삶은 뒤에 고사리는 바로 말리지만 고비는 한나절 정도 찬물에 담궈 두었다가 말린다. 말린 뒤 조리할 때도 고사리보다 조금 오래 불려서 사용하면 쓴맛은 얼마든지 중화시킬 수 있다. 


쓴맛만 제거한다면 고비는 고사리보다 훨씬 나은 식감과 풍부한 맛을 제공한다. 그래서 지역에 따라서는 고비를 고사리보다 훨씬 높게 쳐 준다. 나 역시 고사리보다는 고비를 선호한다. 고사리보다 풍부한 맛은 물론이고 한결 부드럽고 아삭한 식감을 느낄 수 있기에.



▲ 고비 올라오는 모습, 생식엽과 영양엽의 차이


위 사진에서 보이듯 고비는 생식엽과 영양엽이 따로 올라온다. 거의 대부분 생식엽이 먼저 올라오고 영양엽이 나중에 올라온다. 주로 채취해서 먹는 건 영양엽인데 생식엽도 못 먹을 건 없지만 올라오자마자 금방 억세져서 잘 채취하지 않는다. 또 고사리는 꺾을수록 옆으로 퍼진 뿌리줄기에서 새순이 계속 올라오지만 고비는 한 번 꺾으면 새순이 쉽게 돋아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주변 산야에서 한 번 올라온 고비를 모두 꺾으면 고사리도 더이상 꺽지 않는다. 지금 고비가 거의 다 올라왔으니 고사리 고비 채취도 막바지에 다다른 느낌이다.



▲ 고비, 고사리 손질하는 모습


▲ 고비, 고사리 삶기


▲ 고비 삶은 뒤 쓴맛 우려내기


채취한 고사리와 고비는 생으로 보관하기가 힘드니 전부 데쳐서 말린 뒤 묵나물 상태로 보관한다. 데치기 전에 고비에 붙은 하얀 솜털을 전부 제거해야 한다. 고사리 다듬기는 요즘 우리 집에서 저녁 시간에 늘상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제법 많이 채취한 날은 두세 시간 다듬는 게 기본이다. 이렇게 다듬은 뒤 끓는 물에 데쳐서 말리는데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고비는 찬물에 한나절 정도 담궈서 쓴맛을 우려낸다. 그런 다음 말리면 고사리는 볕 좋은 날의 경우 하루면 다 마르지만 고비는 이삼 일 정도 말려야 한다. 그만큼 고사리보다 굵고 섬유소 외의 다른 성분이 많다는 뜻이리라.



▲ 고사리


▲ 고비


▲ 창고 지붕에서 말리는 모습


때마침 날씨도 당분간은 화창하다고 하니 봄나물 말리기에는 더없이 좋다. 봄날이 말려져 쌓여 가는 모습은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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