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이나 봄햇순은 머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먹을 수 있는 시기가 극히 짧다. 엄나무 같은 경우는 먹을 수 있는 시기가 채 일주일이 안 된다. 그렇다고 따서 보관하기도 힘들다. 한창 올라오는 새순은 호흡 작용이 활발한지라 냉장 보관하면 금새 검은 반점이 생겨 오래 보관하기 힘든 것. 그래서 오래 두고 먹는 방법으로 장아찌를 담근다.
▲ 초피나무순 장아찌
▲ 엄나무순,두릅순 장아찌
장아찌를 담는 방법은 담그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여러 가지 레시피가 돌아다닌다. 그래서 유일하게 옳은 정답 같은 건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집 장아찌는 가장 간단하게 담글 수 있으면서 짜지 않고 심심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택한다.
장아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달임장 비율은 물:진간장:식초:설탕:소금의 비율을 4:2:1:1:0.5(개량컵 부피 기준)로 한다. 이때 진간장은 산분해간장이나 혼합간장이 아닌 순수 양조간장을 쓰는 게 좋다. 이 비율로 하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일반적인 장아찌 달임장 레시피보다 염도가 약하기 때문에 장아찌를 담근 뒤 실온에 보관하기는 힘들고 냉장 보관해야 한다.
이 비율로 달임장을 만들어 미지근하게 식힌 다음 손질한 재료를 통에 넣고 달임장을 부어 준다. 재료 손질이라는 것도 데치거나 하는 게 아니라 물에 한 번 씻어서 물기를 빼 주는 정도다. 모든 재료는 생으로 그대로 쓴다. 머위나 곤드레나물 엄나무순 초피순 등은 모두 생으로 먹을 수 있을 만큼 독성이 약한 재료들이기에 굳이 데칠 이유가 없다. 재료를 데치면 장아찌의 아삭한 식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달임장도 식혀서 붓는다. 뜨거운 걸 부으면 그만큼 재료의 아삭함 식감이 떨어지기에.
▲ 머위 장아찌
▲ 2014년 4월에 담은 머위 장아찌의 현재 모습
아삭한 식감을 유지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이 달임장 붓는 과정을 딱 한 번만 한다. 귀촌한 뒤 처음 장아찌를 담글 때는 몇 종류를 가지고 달임장을 다시 끓여서 여러 번 붓기도 했었는데 장아찌 국물이 탁해지고 재료가 물러지는 등 식감이 별로였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재료가 어떤 것이든 간에 달임장을 딱 한 번만 붓는다. 나머지는 시간에 맡긴다. 염도도 낮고 달임장을 붓는 과정도 한 번만 하다 보니 당연히 시간은 오래 걸린다. 최소한 몇개 월은 지나야 먹을 수 있고 양파나 마늘 같은 경우는 해가 바뀌고 나서야 열어 볼 정도다. 장아찌라는 게 오래 두고 먹을려고 담그는 건데 몇 개월이 뭐 그리 대수겠는가. 위 사진에서 보듯 작년 4월에 담근 머위 장아찌의 달임물이 아직도 속이 비칠 정도로 깨끗하다.
섬쑥부쟁이(취나물)
장아찌 담그기는 이제 시작인데 조금 있으면 칡순이나 다래순 장아찌를 비롯하여 죽순, 마늘쫑, 마늘, 양파, 깻잎, 고추 등의 순으로 담그면 1년 장아찌 담그기도 대충 마무리 된다. 해마다 일정 양을 담는데 가만 보면 우리가 먹는 것보다 남 주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그만큼 장아찌라는 게 어쩌다 한 번 먹는 음식이지 매일 먹는 건 아니기에 먹는 양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때 되면 담그지 않을 수 없는 음식이 바로 장아찌다.
'삶의 여유 > 먹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다래순, 청미래덩굴순 장아찌 (0) | 2015.04.28 |
---|---|
고사리와 고비 (0) | 2015.04.24 |
머위, 쌈으로만 먹습니까? (0) | 2015.04.10 |
엄나무 순 따기 (0) | 2015.04.03 |
다시 숭어회 뜨기 (0) | 2015.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