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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잎벌레가 점점 없어지는 텃밭

by 내오랜꿈 2015.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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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이 올라오는 철이기도 하고 비도 잦고 주말은 집을 비우는 터라 한 2주 동안 텃밭은 방치 상태다. 열무나 얼갈이 배추 같은 엽채류를 파종해 놓고선 이렇게 방치해도 괜찮을까?



▲ 열무

▲ 20일 적환무

▲ 얼갈이 배추


깨끗하다. 떡잎 몇 개에 구멍이 난 정도. 작년까지 배추과 작물에 뿌리던 은행잎 발효액 한 번 치지 않았다. 솔직히 나도 놀랄 정도다. 이 밭에 처음 농사 지을 때만 하더라도 열무나 얼갈이 배추 뿌려서 제대로 수확해 본 적이 없다. 이맘때면 벼룩잎벌레가, 여름이나 초가을엔 청벌레나 좁은가슴잎벌레가 떡잎부터 난도질을 했으니까. 유인 작물로 청경채도 뿌리고 은행잎 발효액도 치고 해서 구멍 숭숭 뚫린 열무나 얼갈이 배추 먹는 것도 감지덕지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는 왜 이렇게 깨끗할까?


여기 온 지 올해 6년차니까 5년 동안 이 밭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근본적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 아무 것도 안 주고 그냥 방치했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울산에 가 있느라 1년 동안 통째로 놀리기도 했고, 첫해엔 퇴비공장에서 만든 유기질 퇴비를 조금 주기도 했지만 울산에서 돌아온 뒤로는 직접 만든 퇴비 외에는 넣지 않았다. 작물 키우면서 부족한 영양분은 바닷물 희석액, EM/쌀뜨물 발효액, 깻묵 발효액, 오줌 발효액 엽면시비로 해결했다. 그래도 잎벌레의 공격은 성가셨는데 작년부터 배추과 작물에 잎벌레 종류들이 서서히 줄어들더니 올해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완전 공짜로 농사 짓는 기분이다.



▲ 양배추                                                          ▲ 브로콜리

▲ 케일                                                             ▲ 부추


2주 전에 옮겨 심은 양배추, 브로콜리, 케일도 깨끗하다. 구멍 뚫린 게 있는 걸 보면 잎벌레가 전혀 없는 건 아닌 모양인데 이 정도면 뭐 한두 포기 먹어라고 적선하고 싶다. 이제 기껏 농사 시작인데 너무 좋아하다 된통 당할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벌레 무서워서 잘 안 심던 청경채도 한 번 파종해 보아야겠다.




양파, 마늘 알아서 잘 크고 있고 상추, 완두콩, 부추, 시금치도 제 스스로 크고 있다. 사람 손이 갈 게 별로 없다. 양파나 마늘 고랑 사이의 풀도 마늘 양파보다 크게 자라지 않는 이상 지금은 굳이 뽑아낼 이유도 없다. 아, 사진을 못 찍었는데 유일하게 사람 손이 한 번 가야 하는 게 당근밭이다. 이제 발아해서 자라고 있으니 풀 상태를 보아 가며 김매기 정도는 한 번 해 주는 게 혼자 크는 당근에 대한 예의일테니.




아마도 작물들이 자기들 걱정 말고 다음 주에 고추를 비롯한 가지과 작물 심기 전까지는 산나물 뜯으러 마음껏 돌아다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가끔씩 주인 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하는 이 '멍청한' 봄이 삼순이보다 작물들이 훨씬 나은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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