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허브 키우기가 유행했었다. 어떤 면에서는 도시 아파트의 베란다 텃밭이 만들어지는데 일등공신이 허브 기르기 열풍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건강 이데올로기'의 득세 탓일 터인데 나는 아직도 밥 잘 먹는 게 건강이라는 '고루한' 지론을 고수하는지라 그 요란한 유행에 동참하지 못했다. 굳이 따로 허브를 키울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다. 우리 집에서 해 먹는 음식에 이용하는 허브 종류는 배초향(방아)이 유일한데, 어릴 때부터 된장찌개나 부침개를 만들 때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것이었기에 너무나 익숙한지라 자연스레 키우게 된 것이다.
시골에 들어온 뒤로 마음만 먹으면 키울 수 있음에도 따로 허브 종류를 키우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부터 스위트 바실, 오레가노 등 몇 종류의 허브를 키우기로 했다. 특별한 이유나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우연히 씨앗이 내 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막상 키우기로 하고 보니 키울 장소가 애매했다. 텃밭에 키워도 되지만 오레가노 같은 종류는 다년생 식물이기에 겨울철에도 온도만 맞다면 푸른 색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옮겨 다닐 수 있는 텃밭 화분을 생각하게 된 것.
지난 주부터 화분도 준비하고 흙과 모래도 준비한 끝에 오늘 집안 곳곳의 화분을 전부 끌어모아 분갈이도 하면서 텃밭 화분도 새로이 만들었다. 집 뒤 야산에서 퍼온 마사토에 밭흙과 모래를 적당한 비율로 섞은 다음 창고의 퇴비도 듬뿍 넣어 만든 분갈이용 흙. 가져온 흙포대의 무게를 생각했을 때 대충 어림짐작으로 400Kg 정도는 될 것 같다.
텃밭 화분 바닥에 바크를 깔고 흙을 넣은 다음 다시 바크를 덮어 주는 식으로 마무리. 텃밭 화분 5개와 집 안에 있던 화분 십여 개에 채워 넣었는데도 흙이 꽤 남는다. 어디 목재를 좀 구해 와 화분을 더 만들까 생각하다가 창고에 쌓인 스치로폼 박스가 눈에 들어왔다.
바닥이 깊은 것이나 큰 것만 9개를 골라 분갈이용 흙을 채워 넣었다. 그래도 흙이 남는다. 할 수 없이 굴러다니던 폐타이어도 채워 넣는다. 이 정도면 텃밭 곳곳에 자라고 있는 배초향은 물론 패랭이꽃이나 금잔화 같은 화초도 옮겨 심을 수 있을 것 같다.
크게 힘쓸 것 없는 이 일 몇 시간에도 온 몸에 땀이 배어든다. 그만큼 한낮의 바깥 날씨는 화창하고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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