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마지막 날. 비가 내린다. 2주만에 내리는 비다. 온 나라가 가뭄 피해로 아우성이니 더없이 반가운 비일 터. 그러나 기상청 예보를 보건대 가뭄 해소에는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그래도 우리 텃밭에는 너무나 고마운 비다. 올해부터 텃밭에 인위적인 물공급을 최대한 안 하기로 했기에 (기상청 예보와 같이) 하루 종일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짧고 강하게 오는 비보다 작물에게 훨씬 더 도움이 된다.
가지과 작물 모종 키운 지 6주차. 참 더디게 자란다. 물론 앞으로 4주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긴 하지만 과연 이 토마토와 가지, 파프리카가 텃밭에 무사히 나갈 수 있을까 싶다. 가지과 작물 모종 키우기는 처음인지라 6주차에 이 정도 자라는 게 맞는지에 대한 감도 없는 편이라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비오는 아침, 실내에서 키우던 모종 가운데 가지과나 박과 작물을 제외하고 전부 밖으로 내보냈다. 상추나 쌈채소 종류들이 너무 연약하게 자라는 것 같아서다. 오늘부터는 밤에도 바깥에 둘 생각이다.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을테니 크게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작년까지는 이맘때면 마늘, 양파 등에 깻묵 같은 퇴비를 웃거름으로 조금씩 주었는데 올해는 모두 생략했다. '니네들이 알아서 커라'는 메시지다. 알아들을지 못 알아들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기에 이번 비는 우리 밭 마늘, 양파에게는 요소비료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자연이 주는 요소비료. 이래저래 점점 더 배짱이 농사가 되어 간다.
이 비 맞으며 매화꽃, 동백꽃은 자신의 생을 마감할 준비를 하리라. 하지만 작약은 이제 새순의 티를 벗고 푸른 빛을 내기 시작할 것이고 초피나무는 새순을 활짝 피우리라.
이렇게 봄날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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