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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먹거리

다시 숭어회 뜨기

by 내오랜꿈 2015.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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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 옆지기가 전화해선 대뜸 칼 갈아 놓으란다. 무슨 소리냐고 하니까 살아 있는 숭어를 얻었단다. 바닷가 근처에 살다 보니 가끔 있는 일이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그동안은 회를 못 뜨니 산 생선이라도 모두 구워 먹거나 탕으로 먹기 일쑤. 그런데 지난번에 한 번 떠 보았으니 칼을 갈아 놓으라는 말은 다시 회를 뜨자는 말이다. 




가져 온 숭어를 보니 한 놈은 암컷인 게 표가 날 정도로 배가 볼록하다. 비늘 벗기고 머리 자르고 내장 제거하는 건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 다시 한 번 숫돌에 칼을 간 다음 회 뜨기에 도전한다.




지난번 경험을 거울 삼아 조심스레 칼끝을 움직인다. 칼자루를 잡은 손에 전해지는 느낌을 머릿속에 저장하고 곧바로 다시 꺼내어 손에 전달한다. 칼날에서 전해지는 알 듯 모를 듯 느껴지는 촉감. 이 촉감 속에서 숭어 껍질과 살이 분리되는 소리가 느껴진다. 이 '소리'를 느끼는 것. 이게 회를 잘 뜨는 비결인 것 같다. 이걸 소리로 인식하든 촉감으로 인식하든 손끝에 전해지는 느낌을 체화시키는 것. 흔히들 경험이라 부르거나 숙련이라 부르는 것.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두 마리를 다 뜨고 보니 지난번보다는 훌륭한 모습이다. 껍질을 한 번도 끊어 먹지 않고 회 뜨기를 마친 것이다. 저번처럼 살점이 뭉턱뭉턱 잘려 나간 곳도 없다. 물론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한참 멀었겠지만.^^ 두 번째인데 이 정도면 훌륭하다는 자화자찬으로 마무리.




김치냉장고에서 서너 시간 숙성시킨 뒤 저녁상에 오른 숭어회. 옆지기와 둘이서 '맛있다'를 연발하며 금새 한 접시를 비운다. 숭어회는 얼린 뒤 썰어 먹어도 된다고 한다. 그래서 한 토막은 내일 먹기로 하고 두 토막은 냉동실로 직행. 이러다 앞으로 산 생선만 보면 회 뜨겠다고 덤비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덤으로 얻은 숭어알. 뭘 해 먹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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