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진도에서는 '신비의 바닷길' 축제가 한창이다. 우연찮게도 주말과 사리때가 겹치는 바람에 이번 토요일이 가장 물이 많이 빠지는 날이라 몰려드는 사람들로 붐비게 생겼다. '모세의 기적'이니 뭐니 하지만 사실 일 년 중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때인지라 평소보다 더 선명하게 길이 드러날 뿐이다. 갯가에 삶의 터전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2월, 3월의 사리때가 되면 평소보다 더 멀리 나아가 자연산 미역이나 톳 그리고 해삼 등을 주울 수 있는 기회다.
내가 살고 있는 곳도 조금만 나가면 바닷가인지라 해마다 이맘때면 갯바위로 나가 일 년 먹을 톳이나 미역 등을 채취한다. 여름철이면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로 제법 붐비는 발포 해수욕장 근처의 갯바위. 평소에 드러나지 않던 갯바위들이 훤히 드러나 있다. 파래가 푸르게 앉아 있는데 우리는 파래는 채취 않고 톳과 미역만 딴다. 어떤 사람들은 물 속을 헤집어 가며 해삼이나 조개 등을 채취하기도 하는데 무릎 장화에 만족하는 나에게는 언감생심이다.
물때에 맞춰 두어 시간 갯바위를 뒤져 가며 따온 두 망태기의 톳과 미역. 주말에 한 번 더 가서 따면 우리가 일 년 먹을건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조금 나누어 줄 수 있을 정도는 된다.
맛이나 보자며 저녁상에 올린 생미역과 살짝 데쳐 젓갈로 무친 톳나물. 톳이나 미역은 생으로 있을 때는 우리가 아는 미역 색깔인데 데치면 이렇게 선명한 초록색으로 변한다. 뭐든지 처음 먹는 건 언제나 더 맛있기 마련. 밥보다 미역과 톳에 자꾸 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톳은 따오는 것보다는 손질하는 게 더 힘들다. 미역이야 몇 번 깨끗한 물에 씻어 말리면 되지만 톳은 하나하나 불순물을 제거해야 한다. 저녁을 먹고 자리를 펴 손질하기 시작. 두 시간 딴 톳을 손질하는데 세 시간이 넘게 걸린다. 다듬은 뒤 말리는 수고야 뭐 더 말할 것도 없고. 이러니 옆지기의 입에서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많이 따지 말라고. 두세 시간 따서 많이 따 봐야 얼마나 따겠냐만 조금 풍족해서 나쁠 거야 없지 않겠는가. 우리 집에 오는 지인들에게도 말린 톳을 조금씩 나누어주는데 그 사람들이 이 과정을 제대로 알기나 할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당분간 우리 집 창고 지붕은 톳과 미역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