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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먹거리

미역, 톳 말리기

by 내오랜꿈 2015.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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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고흥 거금도 해안가 일주도로를 달리면 길가에 쭉 늘어선 밧줄에 매달린 미역을 볼 수 있다. 거금도 남쪽 사면 해안가는 전부 미역과 다시마 양식장인지라 미역 수확철만 되면 보게 되는 모습이다. 그 광경을 숱하게 보았던지라 미역 말리는 걸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 사리때 딴 미역과 톳이 생으로 먹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라 일부만 냉장고에 넣고 나머지는 한창 말리고 있다. 톳은 해마다 말리기도 했고 또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도 없는 편이라 금새 마무리 된다. 맑은 날 그냥 햇볕에 늘어놓기만 하면 되니까. 그런데 미역은 좀 다른 것 같다.




작년까지 미역을 몇 가닥 줄에 늘어 말려 본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많은 양을 말리기는 처음인지라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다. 미역 몇 가닥을 가지런히 모아 대나무 채반에 올린 뒤 햇볕에 말리기 시작했는데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라 약간의 백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아직 미역국을 끓인다거나 해보진 않아서 상태나 맛 따위를 무엇이라 설명할 수는 없는데 보기에 썩 좋지는 않다. 늘상 보아 오던 말린 미역은 짙은 갈색이었기에.




무슨 이유일까를 고민하다 햇볕이 강해 수분이 너무 급속하게 말라서 일어난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두 번째 딴 미역은 며칠째 마당의 녹나무 그늘 아래에서 말리고 있다. 아직까지 완전히 마르지는 않았지만 염려했던 백화현상은 햇볕에 바로 말렸을 때보다 확실히 덜한 것 같다. 그렇다면 백화현상은 순전히 강한 햇볕에 말렸기 때문일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경상도에서는 '귀다리'로 불리는 미역귀를 처음 미역과 똑같은 조건에서 말리고 있는데 이건 백화현상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백화현상은 강한 햇볕이 문제가 아니라 자연산 미역의 연약함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 곧 너무 부드럽고 얇아서 금새 종이처럼 하얗게 말라버리는 게 아닐까.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양식 미역과 비교해 보면 자연산 미역은 너무 여리고 부드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번째 말리는 미역은 조금 두껍게 뭉쳐서 그늘에서 말리고 있는 것이다. 다 마르면 시장에서 양식 미역을 사와서 한 번 비교해 보든지 해야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는 일이 배우고 익혀야 할 것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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