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들이 본격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봄나물은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인데 나는 수많은 봄나물 중에 머위를 가장 좋아한다. 여름철 나풀거리는 머위 잎을 꺾어 살짝 데쳐 쌈용으로 먹는 그 머위가 아니라 이른 봄 땅속을 헤집고 올라오는 보랏빛 선연한 여린 머위순을 잘라 된장에 무쳐 먹는 머위나물을.
머위의 항암작용은 우리나라보다는 유럽에서 더 각광받는다고 하는데 약효를 떠나 쌉싸름한 머위나물의 맛은 다른 봄나물의 조금 밋밋한 듯한 맛을 압도한다. 따라서 사람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도 있다. 울산을 중심으로 한 경남 동부권 지역에서는 머위를 된장보다는 초장에 무쳐 먹는 걸 선호한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초장에 무친 머위나물을 먹고 자랐는데, 된장이나 초장이나 각기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봄나물이 지천으로 올라올 시기가 되다 보니 작년에 갈무리해 두고서 미쳐 다 먹지 못 했던 묵나물들도 처리해야 한다. 고사리, 고비, 취가 조금씩 남았다는데 아마도 당분간은 묵나물이 어우러진 비빔밥이 자주 점심상에 오를 것 같다.
야생은 아니지만 텃밭의 쪽파도 열심이 먹어야 할 것 중에 하나다. 조금만 더 지나면 번식을 위해 구근을 키우기 때문에 조금씩 억세지기 때문이다. 쪽파는 나물로도 먹지만 오래 두고 먹기 위해서는 역시 파김치를 담는 게 최고다. 파김치는 갓김치와 더불어 오래 묵히면 또 다른 맛을 내는 김치 종류다.
쑥, 머위에 잇달아 취, 고사리, 고비, 오가피순, 두릅순, 엄나무순이 피어나는 시기다. 부지런해야 1년 먹을 봄나물을 준비할 수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본격적인 농사철로 접어들기 전에 올라온다는 거다. 아마도 자연이 인간에게 베푸는 선물이기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