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낮기온이 20도를 오르내리고 있다. 잠시 한눈판 사이에 집안 이곳저곳에서 봄이 피어나고 있다.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당귀잎이 올라오고 있다. 울산 고향집 밭에서 씨앗 뿌려 키우던 것을 몇 포기 가져와 심어 둔 것인데 씨앗이 날려 마당 곳곳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당귀 잎은 향이 강해 호불호가 갈리는데 삼겹살 먹을 때 상추 위에 한 잎 얹어 먹으면 금새 마니아가 된다. 돼지 수육 삶을 때 몇 잎 넣으면 잡내를 완벽하게 잡아주는 건 덤이다.
참다래 나무 밑의 가시오가피도 새순이 돋아나고 있다. 이 오가피만 보면 고향집 과수원 밭의 오가피가 생각난다. 과수원 한 편에 지천으로 널린 게 오가피인지라 새순은 장아찌 담고 열매는 발효액 담그고 술 담그고 해도 남아돌았다. 그 많던 오가피 효소액이 이제 다 떨어져 가는데 지금 우리 집에는 고작 몇 포기만 있을 뿐이니 아쉬울 따름이다.
포기 나누기 한 작약도 예쁘게 새순이 자라고 있다. 가을에 해야 하는데 깜빡 잊고 순이 움트는 3월 초순에 한지라 살짝 걱정을 했었는데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 그 뒤편으로 추운 겨울을 난 패랭이도 열심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다. 난 패랭이꽃을 참 좋아한다.
이제 한낮에는 밖에 나가 있으면 제법 뜨거운데 우리 집 매화는 아직도 겨울이다. 다른 집 매화는 벌써 피었다 지고 있는 판에. 장인어른이 키우던 것을 이사오면서 옮겨 심은 것인데 유난히 개화가 늦다. 우리 집 매화가 활짝 필 때쯤이면 집 뒷산의 엄나무 순이 나오기 시작한다. 해마다 순이 돋아나는 시기가 다른지라 이렇게 기억하는 게 편하다. 집 주변 야산 몇 곳에 엄나무 군락지가 있는데 종류가 다른지 새순이 피어나는 시기가 다 제각각이다.
봄이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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