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봄은 왔다. 작약이 선홍빛 새순을 밀어올리고, 그 옆에선 머위도 햇빛 구경을 서두르고 있다. 작년 농사일지를 찾아 보니 작약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머위, 쑥을 처음 캔 날짜가 3월 2일로 나와 있다. 내가 의식하지 못 해도 자연의 시간은 쉬지 않고 흐른다.
이사 올 때부터 마당 한편에 심어져 있던 이 꽃을 가지고 제법 많은 말들이 오고 갔다. 모란이냐 작약이냐를 두고. 나와 옆지기 뿐만 아니라 우리 집에 오는 손님들도 가세해서 각자의 생각을 피력하곤 했다. 작약이라는 생각이 6:4 정도로 우세했지만 모란이라는 사람들의 시선이 존재하는 한 언제나 오뉴월 꽃이 필 무렵이면 한 번씩은 말들이 나오곤 했다. 그래서 이번에 포기 나누기를 준비하면서 원예작물학 책들을 찾아 보니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집 작약의 꽃은 모두 흰색이다. 잡종 교배를 통해 여러 품종으로 분화해 왔으니 꽃 색깔로 구분하기는 힘들고 목본이냐 초본이냐를 가지고 구분해야 할 것 같다. 원예작물학 책을 찾아 보면 모란은 목본성 초본, 작약은 초본으로 나와 있다. 그래서 모란을 <본초강목> 같은 옛 문헌에서 '목작약'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목본성이니 키는 3M 정도까지 자란다. 반면 작약은 아무리 자라도 키가 50~100cm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이게 핵심인 거 같다. 우리 집에 있는 이 식물이 딱 이 정도밖에 안 자란다. 더 이상의 논란은 없으리라.
이 작약은 이사 올 때부터 있었으니 최소한 7,8년은 되었으리라. 그래서 뿌리 나누기를 위해 이미 새순이 올라온 작약을 파내느라 한참을 씨름했다. 삽 자루 하나를 부러뜨려 먹고 나서야 겨우 캐낸 작약 덩어리. 뿌리가 마치 나무 같이 단단하다. 손으로 나누기가 힘들어 톱으로 6등분하여 마당 이곳저곳으로 옮겨 심으니 두어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원래는 가을에 옮겨 심어야 하는데, 생각만 하다가 때를 놓쳐 버렸다. 새순이 올아온 걸 보고서야 뒤늦게 이리 야단법썩이다. 늦었지만 무사히 새로운 자리에 안착하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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