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키우는 작물 대부분은 직접 파종하거나 모종을 키워 심고 있다. 하지만 가지과 작물들, 곧 고추 토마토 가지 파프리카 등은 시장에서 모종을 사다 심는다. 이들 가지과 작물은 다른 채소들과 달리 육묘 기간이 보통 두 달이고 심하면 세 달이 넘기도 한다. 백여 포기 정도 심는 고추를 제외하곤 기껏 몇 포기면 한 해 농사로 충분한데 몇 포기를 위해 두세 달 달라붙어 모종을 키운다는 건 어지간한 정성이 아니고선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따지자면 거의 미친 짓이나 마찬가지다. 가지나 토마토 모종의 경우 시장에서 구입하면 한 포기에 삼백 원에서 오백 원 정도, 파프리카는 천 원 정도 한다. 그런데 이들 씨앗 가격은 가장 싼 100립 짜리 소포장 용기가 5천 원, 비싼 건 만 원 정도 한다. 파프리카는 그마저도 10립짜리 포장이다. 쉽게 정리하자면 4월말 5월초 시장에 가서 가지 모종 6포기 구입하면 이천 원인데 자가 육묘의 경우 씨앗 5천 원 짜리 구입해서 2개월 동안 매일 물 뿌려 주고 보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이걸 누가 쉬이 하겠다고 덤비겠는가
그럼에도 가지과 작물 모종 키우기를 올해부터 해 보기로 했다. 유기농이나 자연재배의 기본은 자가 채종, 자가 육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실천해 보기로 한 것이다. 세 달 넘게 키워야 하는 고추는 일단 제외하고 토마토, 가지, 파프리카를 키우기로 한 것. 우리 집 텃밭의 가지과 작물 아주심기는 보통 4월 25일경. 이 날짜로부터 70일 정도 역산한 지난 2월 15일, 토마토 30 포기, 가지 15 포기, 파프리카 10 포기를 파종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세배수 정도 파종한 셈인데 남는 건 주변 필요한 사람에게 조금씩 나눔하면 될 것 같다.
토마토 파종 7일째, 싹이 나기 시작하다
토마토 파종 11일째, 대부분 싹이 나다
같은 날 파종했는데 파종 11일째인 오늘, 토마토와 가지는 거의 대부분 발아했지만 파프리카는 아직 소식이 없다. 씨앗도 비싼데 발아까지 말썽인 걸까? 참고로 파프리카 씨앗은 금보다도 비싸다. 그램(g) 단위로 환산해서 계산하면 금값보다 1.5~2배 정도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것(자세한 것은 『씨앗혁명』 -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가지 않았다면? 참조). 어쨌거나 이 연약한 싹들을 앞으로 두 달 동안 낮에는 바깥으로 내보내 햇빛을 쪼이고 밤에는 실내로 들이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텃밭 농사의 비애다. 그러나 전업농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전업농가에서는 비닐하우스 등에 전기판넬 시설을 갖추어 온도를 조절하지만 매일 들여다보며 습도를 조절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마저도, 곧 습도 조절마저도 자동으로 한다면 그건 '농장'이 아니라 '공장'이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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