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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이다. 옛날 같지 않아 대보름을 특별히 챙기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기껏해야 호두 같은 부럼을 먹는 날로 기억하는 정도로 아는 사람들도 많고. 공동체적 삶이 무너진 우리네 현실에선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옛말에 '설날은 집안의 명절이고 정월 대보름은 마을의 명절'이라고 했다. 두레라는 공동체 조직을 통한 농사가 삶의 근간이던 사회에서 대보름 달은 한 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질병이나 재앙을 몰아내 주는 '밝음'을 상징하는 것이기에 마을 공동체에서 풍년이나 풍어를 기원하며 지내는 '동제'는 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행사였다. 지금도 농촌에서 면 단위 위주로 행해지고 있는 '달집태우기'는 대보름날 행하는 '동제'의 부대행사 같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 마을 공동체가 무너진 현실에서 부럼 깨물기라도 남아 있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대보름날 아침. 새벽부터 뚝딱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더니 소박한 대보름 밥상이 차려졌다. 취, 가지, 호박, 고사리 같은 묵나물과 시금치, 무우, 콩나물로 차려진 나물 모듬. 오곡밥에 조기 구이와 도다리 미역국. 나에게 대보름은 평소에 비해 아침을 너무 거하게 먹는 날이다. 슬프지만 나의 삶 속에도 정월 대보름날은 이 정도 의미밖에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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