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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듣는 것들/Note

8. 기원전 10,000년 : 도덕의 지질학(지구는 자기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 3장(2)

by 내오랜꿈 2009.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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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이중분절, 혹은 지질학적 역사유물론 (2)

1. 지층화와 이중분절


2. 지층과 추상기계


“무엇이 지층의 통일성 및 다양성을 설명해주는가?”(I, 52 ; 202쪽)


1) 추상기계


․ 상이한 지층을 넘나들 수 있게 해주는 어떤 통일적인 구성요소, 혹은 상이한 지층을 통해서 동일한 효과를 생산하는 통일성, 혹은 동형성을 생산하는 다이어그램.


“유기적 지층은 특수한 성분의 통일성을 갖고 있다. 단일한 추상동물, 단일한 [추상]기계가 지층에 자리잡고 있으며, 동일한 분자적 물질, 동일한 원소들 혹은 기관의 해부학적 구성요소들, 동일한 형식적 접속들을 드러내 보인다.”( I, 52) -->“지층에 감싸여 있으며 그것의 통일성을 구성하는 단일한 추상기계가 있다.”(I, 57)


1. 공통된 어떤 형식적 통일성을 추출하는 것. (둥글다 -> 원)

2. 형식이나 형상을 변형시켜서 모든 형식 자체로부터 탈형식화 되는 것. 탈형식적 통일성. (氣)

지층의 통일성을 형성해 주는 것은 추상기계이다. 1번처럼 공통된 형식을 추상하는 추상기계는 지층에서의 유기적 통일성을 가져오지만 2번에서는 상이한 지층을 넘어다니고 형식을 추상하고, 형식을 넘어서는 탈형식적 통일성을 가져온다. 음악에서 1번의 추상기계는 소나타 형식, 푸가 형식 등을 찾지만, 2번의 추상기계는 개개인이 만들어 내는 고유한 흐름, 질에 주목하여 형식을 넘어선다.


eg.1) 기-감시/자동-감시의 다이어그램으로서 판옵티콘(푸코) : 학교, 공장, 가정, 감옥 등과 같은 전혀 다른 지층들에서, 전혀 다른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그 근대적 지층 어디서나 타인의 시선을 자신의 시선으로 대체하는 개인을 생산한다. 상응성은 없는 동형성으로서 근대적 시선, 근대적 권력의 다이어그램. 플라노메논에 대립하는 에쿠메논(I, 57).

eg.2) 베토벤의 추상기계 : 교향곡, 피아노 소나타, 현악사중주, 바이올린 협주곡 등의 상이한 지층, 때로는 소나타 형식, 때로는 푸가 등의 상이한 형식으로 만들어지지만 베토벤의 작품은 이러한 형식적 차이를 넘어서 ‘베토벤’만의 스타일을 만든다. 이러한 성분의 통일성은 형식적 동형성이 아니다. 이는 베토벤-기계의 지층 안에 있긴 하지만, 탈지층화 계수가 강하다는 점에서 일관성의 구도에 훨씬 근접한다. 바하-기계, 바그너-기계, 드뷔시-기계, 베베른-기계. 이런 의미에서의 추상기계는 공통성과 연속성보다는, 자신의 지층들에 고유한 통일성을 부여하면서, 기존의 양식 내지 형식에 변환의 문턱을 만들어내는 불연속성에 가깝다.


․ 탈형식화의 추상기계 : 불변성이나 보편성을 찾아내는 추상기계가 아니라 변이와 변환의 성분으로서 추상화의 선으로 질료나 질료의 흐름 자체로까지 추상을 밀고나가는, 일관성의 구도로 가는 추상기계이다. 플라노메논에 근접하는 추상기계.


“형식적 공통성을 추상하는 추상기계가 지층의 구성단위에 의한 통일성을 형성하는 추상기계라면, 탈형식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추상기계는 지층을 넘나들고 어떤 지층의 최소한의 구성단위에 대해서조차 변이의 선을 그리며 탈지층화하는, 그런 추상기계다.” (201쪽)


eg.) 평균율의 지층 안에서 모든 음은 조를 구성하는 형식(장/단조의 배열)으로 코드화되고 그 조의 근음으로 영토화되지만, 그 근음을 제거하고, 온음/반음의 코드화된 배열을 12개의 반음들의 배열로 더욱 평균화하면(이는 일종의 추상인데), 일반화된 반음계주의가 나타난다. 이는 조성의 지층을 벗어나는 평균율인데, 사실 이것으로 인해 상이한 조를 넘나드는 이행과 탈코드화, 탈영토화가 가능했던 것이고, 다양한 종류의 서양 음악에 공통된 동일한 구성요소다. 이를 새로운 배열의 형식으로 재코드화(12음 기법)하지 않고, 더욱더 추상화하면 ‘주파수’라는 단일한 파라미터로 표시되는 음악적 성분이 추상된다. 주파수는 음색에 대한 음향학적 추상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기에, 음고의 지층에서 음색의 지층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해준다. 이제 음악의 소리 자체의 새로운 정의가, 변환이 나타난다. “상대적 진보는 복잡화에 의해서보다는 형식적 양적 단순화에 의해서, 구성요소와 종합의 획득보다는 차라리 그것의 상실에 의해서 만들어진다.”((I, 55)


cf.) 구조와 추상기계 : 구조적 동형성은 관계의 형식적 동형성이다. 즉 그것은 내용이든 표현이든 분절의 실체/형식이 보여주는 동형성을 보편성의 차원에서 추상한다. 이런 점에서 이 역시 공통성의 추상의 일종이다. 따라서 그것은 불변성과 상응성을 내포한다. 반면 추상기계가 만들어내는 성분의 통일성은 “동일한 분자, 동일한 실체, 동일한 형식이 아니다.”(I, 52) 그것은 “상응성은 없는 형식들의 동형성, 화합물적 실체의 동일성은 없는 원소 내지 구성요소의 동일성”(I, 52)이며, 유기적인 지층을 넘나들게 만드는 변환적 통일성이다.


2) 지층들의 탈코드화와 탈영토화


․ 바깥지층(수직지층) : 매개적인 상태를 형성하는 지층, 어떤 지층에 대해 ‘내부환경’을 형성하는 지층.

․ 병렬지층 : ‘병합된 환경’ 내지 ‘결합된 환경’, 하나의 지층이 성립되기 위해 필수적인 ‘외부환경’


손은 입이 먹는-기계로서 작동하도록, 얼굴은 입이 말하는 기계로서 작동하도록 하는 조건이며, 매개적인, 내부환경이다. 혀는 두 경우에서 달리 작동하는 조건이다. 입이 손, 얼굴, 혀 등등의 내부환경을 많이 가질수록 자율성이 증가하여 유기체는 탈영토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손-입-혀와 같은 바깥지층의 계열화와 달리 음식-입, 맛-혀는 서로의 병렬지층의 계열을 형성한다.


하나의 지층은 바깥지층와 병렬지층의 관계 속에 존재한다. 혀와 입이라는 지층도 마찬가지인데, 이들 지층이 달라짐에 따라서 혀와 입이라는 지층도 변화하게 된다. 또한 병렬지층에서는 코드화, 탈코드화의 과정이, 바깥지층에서는 탈영토화 재영토화 과정이 관련되어 있다. 성대와 기도에서 탈영토화된 공기를 입에서 재영토화하는 과정은 바깥지층이 연결된 방식에 따라서 나타나지만(실체), 병렬지층 차원에선 공기의 흐름을 한국어라는 소리로 나타내려면 입이나 혀를 규칙에 맞게 코드화 해야 한다. 다른 언어의 소리로 나타내기 위해서는 한국어에서 탈코드화되어 다른 언어로 재코드화 되어야 한다.(형식)


“하나의 지층은 애초부터 필연적으로 이 지층에서 저 지층으로 옮겨다닌다.”(I, 57) “하나의 지층은 오직 바깥지층과 병렬지층들 속에서만 존재한다.” (I, 59) “형식은 코드에, 병렬지층 내에서의 코드화 및 탈코드화 과정에 관련되며, 형식화된 질료인 실체는 영토성 및 수직지층 내에서의 탈영토화 및 재영토화 과정에 관련된다.” (I, 60)


① 바깥지층과 탈영토화/재영토화 : 내용과 표현 사이의 “매개적 상태들의 파생과 복수화가 존재하며, 이 과정은 중심고리의 국지적 조건들 중 하나다.···이런 매개물, 포개짐, 이런 파생과 수준에 대해 수직지층이란 말을 사용할 것이다.”(I, 57) 이런 “바깥지층은 점증하는 탈영토화의 방향으로 조직된다.”(I, 60) “탈영토화는 정도와 문턱(수직지층)을 가지며, 항상 상대적이고 자신의 이면 내지 보충물로서 재영토화를 갖는 완전히 긍정적인 능력으로 사고되어야 한다.”(I, 60)


eg.) 조성이라는 지층은 기능화성이라는 코드화방식을 포함하지만, 이것을 작용케 하는 새로운 형식들, 국지적 지층들을 만들어낸다. 카논, 파싸칼리아, 토카타, 푸가 등의 대위법적 형식, 혹은 소나타 형식 등등. 이는 I도에서 시작해 I도로 끝나는 영토화 운동 사이에, 거기서 벗어나는 탈영토화 운동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혹은 소나타처럼 두 개의 대립되는 주제를 통해서 탈영토성을 확장하는 한편, 주제의 제시에서 재현과 종결로 이어지는 ‘구조화된’ 재영토화 운동을 작동시킨다. 이 새로운 문턱은 조성적 지층 안의 또 하나의 수직지층을 이룬다(여기서 주제라는 ‘실체’는 이전의 그것과 다른 것으로 탈영토화/재영토화된 것이다). 베를리오즈는 유도동기를 통해 주제를 이런 리듬화되거나(대위법에서) 구조화된(소나타에서) 시간적인 영토화 운동에서 탈영토화해서 극적 인물로 재영토화한다(여기에는 이미 지층의 외부로서 결합된 환경과 병렬지층이 관여하고 있다. 형식적 반복에서 탈코드화된 주제는 이제 극적 반복으로 재코드화된다). 여기서 다시 ‘실체’(주제)의 탈영토화/재영토화를, 그리고 수직지층을 이루는 문턱을 본다. 쇼팽에서 과잉지연된 주제의 영토화운동은 바그너에 이르면 조성적인 영토 자체를 벗어나는 데까지 이른다. 이러한 탈영토화 운동은 쇤베르크나 스트라빈스키에 이르면 이제 조성적 지층 자체를 넘어선다.


② 병렬지층과 코드화/탈코드화 : 각 지층의 유기적 형식은, 그와 결부된 외부환경과, 즉 그에 결합된 환경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유기적 형식은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결합된 환경의 구조화요 구성이다.”(I, 58) “결합된 환경은 단일한 외부적 환경을 상이한 형식들의 기능에 따라 스스로에게 분배한다. 그러나 이 분배가 이루어지는 방식은 동일하지 않다. ···중심벨트가 측면과 ‘변방’으로, 환원불가능한 형식들과 환경들 속으로 파편화되어 흩어지는 이 또 다른 방식을 우리는 ‘병렬지층’이라고 부를 것이다.”(I, 58-59)


eg.) 음악작품의 형식적 구성은, 그것으로 연주될 악기가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연주될 악기의 특징에 따라서, 혹은 연주자의 연주능력의 상한선에 따라서 작품은 다르게 씌여진다. 가령 피아노 소나타 악보에 글리산도를 그려 넣는 것은 무의미하다. 바이올린 협주곡에 적당한 선율과 피아노 협주곡에 적당한 선율은, 그 악기들의 차이로 인해 달라진다. 한편 기교나 기법 등에서 연주가의 연주능력은 가능한 작곡의 폭을 다르게 한다. 바이올린 연주자에게 손을 뜯는 연주를 요구하는 것(파가니니), 오보에나 플롯 연주자에 대해 글리산도를 요구하는 것(윤이상)은 또 다른 외부환경(기타)과의 결합의 산물이고, 악기나 악곡에 대한 기존의 코드를 변형한다. 이는 곡을 구성하는 새로운 코드를 만들어낸다. 탈코드화와 재코드화.


③ 코드와 영토성간의 관계 : “코드와 영토성 간에, 탈코드화와 탈영토화 간에 단순한 상응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코드는 탈영토화로부터 존재할 수 있으며, 재영토화는 탈코드화로부터 존재할 수 있다.” (61)


eg.1) 12음 기법의 코드화는 무조에 의한 I도, 혹은 근음에서의 탈영토화를 통해 가능했다. 그런데 이 음들의 표현주의적 재영토화는 12음 기법의 형식주의적 코드를 탈코드화 함으로써 가능했다. 베르크와 이른바 ‘표현주의’. 또 쇤베르크 자신도 12음 기법 그 자체에 형식주의적으로 몰두한 적은 없었다. 언제나 표현적 목적에 의해 그것을 탈코드화해서 사용했다.

eg.2) 해석학의 산술화(바이어슈트라스)는 해석학을 전통적 영토로부터 탈영토화해서 부등식이라는 산수의 문제로 재코드화한다. 이로써 해석학은 무한소 계산(라이프니츠), 극한계산(코시) 등의 고유한 코드에서 벗어나 산수라는 안정적인 영토로 재영토화된다.


3) 지층화와 탈지층화


(1) 탈코드화/재코드화, 탈영토화/재영토화


“코드와 영토성 간에, 단순한 상응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코드는 탈영토화로부터 존재할 수 있으며, 재영토화는 탈코드화로부터 존재할 수 있다.” (I, 61)

“재영토화는 탈코드화로부터 존재할 수 있다.” (219쪽) - 연주자는 악보를 보고 연주를 하게 될 때 그만의 스타일을 적용한다. 악보라는 영토에서 탈코드화되어 연주를 하는 것은 자신의 스타일로 재코드화하는 것이다.

eg.) 바흐의 굴드 연주.

“탈코드화는 탈영토화로부터 존재할 수 있다.” (219쪽) - 으뜸음으로 종속되는 조성에서 쇤베르크는 조성을 해체하지만(탈영토화) 12음기법으로 재코드화를 하게 된다.


(2) 상대적 운동과 절대적 탈영토화


“이런 상대적 운동들을 절대적인 탈영토화, 절대적인 탈주선, 절대적인 표류의 가능성과 결코 혼동해서는 안 된다. 상대적 운동들은 지층 내적이거나 지층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인 반면, 절대적 운동들은 일관성의 구도와 그 탈지층화에 관련된 것이다.” (I, 62)


상대적 운동은 탈코드화나 탈영토화가 다시 재코드화 재영토화되는 것을 말한다. 절대적 운동은 절대적 탈코드화, 절대적 탈주선, 절대적 표류의 가능성과 연결된다. 탈형식적 추상에서의 추상기계를 염두해보면 이 추상기계가 변이의 선을 절대적인 지점으로 밀고나가 일관성의 구도에 도달하는 과정이 절대적 탈영토화(절대적 흐름)를 뜻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절대적인 탈영토화는 상대적 탈영토화를 밀어붙인다고 도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하나의 특이성에서 다른 특이성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실제로 접하는 현재화된 형상이나 현재적인 지층은 아니지만 우리의 삶 자체에 항상-이미 내재하는 현실성의 세계이다. 모든 지층화에서의 선행하는 일차적인 것이고, 이미 근원적, 내재적인 것이다. 마치 지층화 이전에 기관 없는 신체인 지구가 존재하는 것처럼.


“상대적인 것에서 절대적인 것으로의 이행은 단순히 가속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않는다.···탈영토화에 질을 부여하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그 본성이다. 즉 그것이 수직지층과 병렬지층을 구성하는 분절된 선분에 의해 진행하는가, 아니면 반대로 일관성의 구도의 메타지층을 그려내는 분해불가능하고 비선분적인 선을 따라 하나의 특이성으로부터 다른 특이성으로 도약하는가에 의한 것이다.”(I, 63)


(3) 절대적 탈영토화의 일차성 :


“상대적 탈영토화 안에는 절대적 탈영토화의 영원한 내재성이 있다.”(I, 63) “기계적 배치들 또한 절대적인 것을 지향하는 탈영토화의 첨점들을 갖고 있다.”(I, 63)

“사실 일차적인 것은 절대적 탈영토화, 절대적 탈주선이다.···이 절대적 탈영토화는 일관성의 구조 혹은 기관 없는 신체 위에 지층화가 일어난 이후에야 상대적인 것으로 된다.”(I, 63) “절대적 탈영토화는 애초부터 존재하며, 지층들은 일관성의 구도 위에서 [그것의] 부산물, 그 농밀화다. 그리고 일관성의 구도는 도체에 존재하고 항상 근원적이고, 항상 내재적인 것이다.”(I, 76)



3. 내용과 표현 : 구별의 유형들

4. 내용과 표현의 관계

5. 지층과 배치, 추상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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