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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마늘, 양파의 내한성

by 내오랜꿈 2015.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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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5도다. 그런데 이곳의 겨울 날씨는 낮은 기온이 문제가 아니라 언제나 강한 바람이 문제다. 어제 오후부터 초속 15m/sec가 넘는 준태풍급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덕분에 지척에 널린 게 해돋이 명소지만 사나운 바람의 기운에 질려 꼼짝도 안 하고 하루를 보내고 있다.



▲ 파종 40일째 마늘 모습


▲ 사진① 


▲ 사진①의 유기물을 헤집어 보니...


마늘 파종한 지 40일이 넘었는데 아직 싹이 보이지 않는 놈들이 있다. 파종기의 이상고온 탓으로 대부분은 파종한 지 보름 안에 싹이 났었다. 이곳 날씨에는 겨울에 파종해도 대부분 한 달 안에 싹이 나는데 40일이 지나도 싹이 보이지 않으니 궁금함을 참지 못하는 성질 탓에 파헤쳐 보게 된다. 마늘을 파종하고 난 뒤 마늘대나 꽁깍지, 팥대 같은 유기물을 조금 두껍게 멀칭했었는데, 싹이 보이지 않는 부분을 헤집어 보니 사진과 같이 모두 싹이 돋아나 자기들 나름대로 겨울을 견디고 있었다. 그래, 이 추운 날 멀칭 위로 솟아나봐야 고생만 할 터인데 안 나오는 게 맞지. 괜한 인간의 조급증이 문제지 작물들은 어떤 형태로든 스스로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완전체라 할 수 있다. 


원예작물학 관련 책을 보면 마늘이나 양파 같은 백합과의 월동작물들은 내한성이 강해서 영하 20도까지는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인위적인 기온급강하 같은 조건이 아니라면 작물들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정보를 DNA에 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겨울 추위 때문에 양파나 마늘이 태반은 얼어 죽었다는 글들을 가끔씩 본다. 그럼 원예작물학 책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영하 20도 이상 내려가는 기온이 상당 기간 동안 지속되어 세포의 원형질이 파괴될 정도의 냉해를 입었기 때문일까? 내가 알기로 우리나라 남한 지역의 경우 하루 종일 영하 20도 정도의 기온이 지속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설혹 있다 해도 하루 이틀이지 며칠간 지속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마늘 양파가 태반이 얼어 죽었다고 하면 그건 날씨 탓이 아니라 보온 방법의 문제가 아닐까?


많은 농사 카페나 블로그에서 마늘, 양파가 얼어 죽었다고 하는 걸 보면 대부분 이중멀칭이나 비닐멀칭일 경우가 많다. 곧 왕겨 같은 유기물로 일차 멀칭한 다음 그 위에 비닐로 덮거나 처음부터 이랑을 통비닐로 덮고 바람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땅에 묻어버리는 경우가 많은 걸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의문이 드는 건 과연 그 마늘, 양파가 얼어 죽은 것일까? 호흡을 못해 죽은 것일까? 나는 아무래도 후자, 곧 얼어 죽은 게 아니라 호흡장해로 죽은 게 아닐까 싶다. 유기물로 일차 멀칭한 경우나 기비로 화학비료를 준 경우나 모두 땅 속에서 유해가스가 올라올 수밖에 없는데 비닐로 꽁꽁 싸매 놓았으니 질식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내가 직접 실험을 한 것이 아니니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얼어 죽었다는 농가를 보니 비닐로 꽁꽁 동여맨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드는 생각이다. 만약 해마다 충분히 보온을 했다고 생각하는데도 얼어 죽는 마늘, 양파가 많다면 호흡장해를 일으킬 정도로 비닐을 씌운 건 아닌지 한 번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




▲ 2014년 1월 1일 나로도 덕흥해수욕장의 일출


PC의 사진들을 찾아보니 작년 일출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1년이란 시간,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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