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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문화예술

《Once》OST

by 내오랜꿈 2007.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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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실은 음악을 만난 반가움
[음반리뷰]《Once》OST 

안석희 / 작곡
출처:<컬쳐뉴스> 2007-10-31


▲ 《Once》OST 자켓
예전 리뷰에서 조약골의 새 음반 《평화란 무엇인가》를 소개하며 ‘Just Folk’ 라는 말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노래와 인터뷰로 짜나가는 평택평화항쟁의 음악 다큐멘터리 <평화란 무엇인가>는 포크만으로 충분했다. 이번 《Once》OST 음반을 들으면서 나는 다시 이 말을 떠올린다. 주위의 무수한 호평과 권유에도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나는 그 영상과 스토리가 주는 감동을 아직은 모른다. OST 음반의 가장 큰 강점은 영화의 스토리와 영상이 주는 감동이 음악에 더해져 한층 더 깊은 울림으로 증폭 되는 것이리라. 그러나 음반에 실린 13곡의 노래를 주루룩 이어 들으면서 나는 슬쩍 이런 생각이 들었다. ‘Just Music’, 음악으로 충분해. 

<원스>의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 아일랜드 그룹 ‘더 프레임즈 The Frames’의 리드보컬이자 싱어송라이터인 글렌 한사드 Glen Hansard. 그리고 여자 주인공인 체코 출신의 뮤지션 마르게타 이글로바 Marketa Irglova. 이 두 사람이 엮어가는 음악만으로 나는 이 영화의 내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쓸쓸함, 진실함, 그 열정과 어긋남, 비탄과 격정 그리고 그 애잔한 그리움. 뜨거운 불길과 차가운 물살을 가르고 벼려지는 주인공들의 성장기. 굳이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충분한 이야기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래서 이 음반에 담긴 노래들은 해설이 그리 필요치 않다. 노랫말이 무얼 말하는 지 알아듣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다. 노래들은 편하게 귀에 감겨오고 음악은 알기 쉽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포크, 혹은 조금 모던한 포크 록의 곡들. 음악적으로 풀어 이야기할 것도 별로 없다. 아일랜드 영화음악이라는 배경에도 불구하고 한 때 유행이었던 아이리쉬 민속음악의 요소를 차용한 곡도 없다. 음반의 한 곡인 <Gold>에서 슬쩍 흔적을 드러낼 뿐이다. 두 사람이 다루는 악기인 기타와 피아노 이 두 악기의 어울림이 주를 이루고 여기에 절제된 현악기와 드럼과 베이스를 얹는 소박한 편성의 곡들이 번갈아 이어진다. 멜로디의 여운이 오래 남는 느린 템포의 첫 곡 <Falling Slowly>와 유일하게 일렉트릭 기타를 사용한 전형적인 포크록 편성의 <Trying To Pull Myself Away>의 악기 구성이 최대치이다. 이 단출한 편성이 두 사람 목소리가 가진 절절한 감정의 결을 잘 드러내주는 최선의 방법이다. 

▲ 영화 <원스>의 한 장면
물론 이 노래들은 영화의 수록곡이라는 덕을 본다. <Say To Me Now>, <Leave>를 비롯한 몇 몇 곡의 노래와 연주는 보통의 음반이었다면 정제되지 않은 감정의 과잉, 속칭 오버로 들리겠지만 여기서는 이런 절규가 주인공이 느끼는 깊은 감정을 잘 표현해준다. 음반에 그대로 싣기 쉽지 않은 거친 기타 스트로크 연주와 외침에 가까운 목소리가 외려 진솔한 감정을 가감 없이 효과적으로 드러내 주는 것이다. 사운드나 형식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표현 방식을 실험하고 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개척자들의 노력이 대중음악의 진정성의 한 축을 이룬다면, 익숙한 형식과 내용을 가지고 한 개인의 진실한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태도를 더 중시하는 방식들이 진정성의 다른 한 축을 이룬다. 《Once》OST의 미덕은 바로 이 지점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올 상반기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삽입곡 <마리아>의 빅히트를 보며 가수가 아닌 배우가 부른 영화 삽입곡이 상반기 최고의 인기곡이 되었다는 대중음악계의 당혹감도 읽을 수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영화라는 매체의 강력한 힘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 대중들의 욕망을 읽어내고 담아내는 데 영화의 기획이 한 발 앞섰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통로로 빈번히 이야기된 대중음악의 위축은 다른 말로 뒤집어보면 대중음악계의 기획이 대중들의 욕망을 정확히 짚어내지 못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여기서 대중음악계와 영화계를 비교해서 누가 더 낫다 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잘 짚어냈다면 그건 왜일까라는 점을 조금 더 생각한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음악영화라 볼 수 있는 <즐거운 인생>과 이 <Once>를 놓고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는 주제가 되리라. 다만 이건 이 리뷰의 허용치를 넘어서는 일이다.) 

어찌되었건《Once》OST음반은 감동의 많은 부분을 영화에 기대고 있다 해도 그 음악만으로 충분한 울림을 준다. 그 울림의 핵심에는 익숙한 동어반복의 지루함과 아는 사람들만 알아듣는 일방통행식의 소통에 지쳐 더 이상 따라가기를 포기한 대중들에게 다시금 음악의 의미를 되살려주는 소통의 힘에 있다. 그래서 언어의 벽을 훌쩍 넘어선다. 원래 노래나 음악이 우리네 삶과 그리 먼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든 부분들이 다 노래가 된다는 것을. 내가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것을 말로 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노래한다는 걸 새삼 다시 일깨워준다. 말이 되지 못한 그 웅얼거림들이 음악에 실려 마음에 와 부딪혀 푸르게 잎을 틔운다. 겨울 초입에 마음을 실을 음악들을 하나 더 가지게 되어 반갑다. 그게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먼 아일랜드 - 더블린의 이야기라 해도 말이다. 



안석희 _ 작곡가, 노리단 예술감독유인혁이란 이름으로 오랫동안 노래를 만들었다. 지금은 하자센터 노리단Noridan에서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나무를 깎고 플라스틱 파이프를 자르고 쇠를 갈아서 악기를 만드는 일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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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책이나 음반을 주문하면 거의 대부분 다음 날 배송된다. 너무 빨리 받아도 좀 이상한 기분이 든다. 주문한 음반 가운데 《Once》OST를 두세 번 들었는데, 역시 이 음반은 영화라는 매체에 의존하고 있는 노래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복잡한 선율이 아니라 보이스 그 자체의 강한 느낌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이 음반은 충분히 권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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