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이트 오일 Midnight Oil - "붉게 물든 강물 River Runs Red"
[반역의 레코드] 2007년의 노래 5개 ④
장석원 객원기자
출처 : <레디앙> 2007 12 31
미드나이트 오일Midnight Oil - "붉게 물든 강물River Runs Red"
▲ "Blue Sky Mining" 앨범 커버 | ||
1990년 5월 30일, 뉴욕 엑손 오일 본사 앞에서는 불법공연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한 밴드가 음향 설비를 갖춘 대형트레일러를 몰고 와 시끄러운 음악을 연주하면서 엑손 오일을 강하게 비난하는 게릴라콘서트를 연 것입니다. 이 밴드의 이름은 "미드나이트 오일"이고 국적은 오스트레일리아였습니다.
공연은 전 해인 1989년 3월 29일 엑손Exxon 오일 소유의 유조선이 알라스카 앞 바다에서 좌초하면서 당시까지 최악의 해상기름유출 사건을 일으켜 생태계를 말살한 것에 대한 항의였습니다.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인 피터 개럿Peter Garrett의 대머리가 인상적이었던 미드나이트 오일은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편이지만 환경문제, 원주민문제, 평화문제에 올인했던 사회파 밴드로 더 유명합니다.
항의시위 당일 미드나이트 오일이 엑손 오일사에 선물한 노래는 모두 여섯 곡입니다. 그 중에는 존 레논의 "인과응보Instant Karma"도 들어있습니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거대기업에게 '저지른 만큼 돌려받게 될 것'임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트레일러에 붙어있던 현수막의 내용은 "미드나이트 오일은 여러분을 춤추게 만들지만 엑손 오일은 우리를 병들게 합니다"였습니다.
하지만 여섯 곡중 가장 강한 메시지를 담은 것은 오염문제를 다룬 노래 "붉게 물든 강물River Runs Red"이었습니다. 붉게 물든 강, 검게 변한 비, 먼지만 남은 대지를 묘사하면서 밴드는, 자연은 우리에게 부족함이 없지만 '달러'에 대한 욕망은 우리를 폭주하게 만든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엑손은 알라스카 기름유출 사고로 오랫동안 미국 정부와 환경운동가들에게 시달림을 당했습니다. 당연한 것이지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서해 기름유출 사고에는 기름은 떠있는데 기름 주인이 언론보도에서 사라져 버리는 희한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오죽하면 해안에서 기름을 닦아내던 자원봉사자가 시커멓게 '삼성 X새끼'라고 쓴 비닐우의를 입고 있는 사진이 메신저를 타고 돌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언론 대신 전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 나라 국민이 너무 착해빠진 것일까요? IMF사태도 그렇고 언제까지 재벌이 사고 치면 국민이 뒷수습해야 하는 걸까요?
미드나이트 오일의 '붉게 물든 강물'은 1990년에 발표한 앨범 "푸른 하늘의 광산Blue Sky Mining"에 수록돼 있습니다. 앨범의 제목이 된 노래 "Blue Sky Mine"은 저임금 노동자를 다룬 것입니다. 우리로 치면 비정규 노동자 문제쯤 되겠지요.
그러고 보니 미드나이트 오일이 1987년에 발표한 앨범 "디젤과 먼지Diesel and Dust"에 실린 노래 "불타는 침대Beds Are Burning"는 원래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문제를 다룬 것이지만, 갈림길에 놓여있는 민주노동당의 상황에 딱 어울릴 것 같은 노랫말을 담고 있습니다.
옮겨 보자면, "때는 왔다. 사실과 진실을, 원래의 소유주에게 되돌려주자. 세상이 요동치고 있는데 춤이나 추고 있을 텐가? 침대가 불타고 있는데 편히 잠들 수 있겠는가?"
미드나이트 오일은 2002년 해산했고 피터 개럿은 2년 뒤 호주노동당 소속으로 원내에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노동당이 정권을 탈환하면서 환경, 문화, 이주민 문제 장관으로 입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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