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거스리 Woody Guthrie
"추방자들(로스가토스 비행기 추락사고)Deportee(Plane Wreck at Los Gatos)"
[반역의 레코드] 2007년의 노래 ① … 유튜브에게 축복을!
장석원 객원기자
출처 : <레디앙> 2007 12 31
Deportees (Plane Wreck At Los Gatos Canyon) - Woody Guthrie
▲ 우디 거스리는 항상 자신의 기타에 "This Machine Kills Fascists(파시스트를 처단하는 무기)"라는 문구를 써넣었다. | ||
해마다 연말이 되면 언론사들은 언제나처럼 '10대사건'을 선정해 보도합니다. 외국기자들이 '한국에 부임하면 기사거리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할 정도로 이 나라는 큰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습니다.
올해도 온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굵직굵직한 사건사고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중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10건을 간추려야 하는 언론사의 고충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올해 신문, 방송에서 선정한 연말결산 10대뉴스를 보면 아주 중요한 사고, 사실상 2007년 대한민국의 문을 열었던 사건을 약속이라도 한 듯이 제외시켰습니다.
바로 2월 11일 여수에서 발생한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사건입니다. 강제출국대기 중이던 이주노동자 10명이 쇠창살에 갇힌 채 속수무책으로 타죽었던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한국사회의 기본적인 인권문제,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편견, 이주노동에 대한 정책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 사고였음에도 언론사들은 10대사건의 끄트머리에도 이들의 서글픈 죽음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들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을까요?
그래서 그런지 올해 8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우리에게 '단일민족'이라는 신화에서 벗어나 인종차별정책을 폐지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12월 13일 이주노조 지도부 3인을 강제추방하는 것으로 화답했습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사건과 이주노조 지도부에 대한 표적 단속을 접하면서 머릿속에는 60년 전 미국에서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면 만들어진 "추방자"들이라는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1948년 1월 29일, 캘리포니아 남부 로스 가토스 협곡에 비행기 한 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 사고로 32명의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이중 28명은 미국이민국에 적발돼 메히코(멕시코는 미국식 표기입니다)로 송환되는 이주노동자들이었습니다. 나머지 4명은 비행기 승무원과 이민국 관리, 그러니까 '미국인'들이었습니다.
당시 라디오 뉴스는 사고소식을 전하면서 소위 미국인 사망자들의 신원만 전할 뿐 다른 사망자들은 한데 묶어 추방자들이라고만 보도했습니다. 민중가수인 우디 거스리는 이 뉴스를 들으면서 이주노동자들을 대하는 미국의 인종주의적 태도에 분노하며 그 자리에서 시를 써내려갔습니다. 후에 다른 이가 이 시에 가락을 붙여서 만든 노래가 '추방자들(로스 가토스 비행기추락사고)'입니다.
이후 이 노래는 60년대 미국 민권운동이 폭발하면서 자주 불러졌고,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노조활동가들에게는 노동운동가로 쓰였습니다. 미국 사회에서 히스패닉 주민이 증가하면서부터는 초기 이주자들의 수난을 기억하는 의미로 에스빠냐어로 번안돼 불리고 있습니다.
오래된 사건이고 노래지만 60년 전 미국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모습을 그린 노래인 셈입니다. 그러나 정말 서글픈 것은 한국사회의 편협한 시선이 아니라 이주노동자운동을 '타민족 운동'으로 표현하고, 이주노동자를 '해결해야 할 사회병폐'로 규정하는 자칭 진보주의자들이 우리 안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오도된 민족주의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할 제국주의는 우리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소한 새해에는 미제국주의가 절대악이기 때문에 그에 맞서는 것은 무조건 절대선이다는 식의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어줍은 영어 실력이지만 노랫말을 우리말로 옮겨봤습니다. 노랫말은 부른 이들마다 조금씩 다른데 우디 거스리가 처음 쓴 시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참고로 이 시는 앞과 뒤는 우디 거스리의 시점에서, 중간 부분은 죽은 이주노동자의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추방자들 (로스 가토스 비행기 추락사고)'
작물은 시들고, 복숭아는 썩어 가는데
오렌지는 방부처리장 안에 쌓여만 가는데
일할 사람들은 모두 비행기를 타고 남쪽국경을 향하고 있네
어차피 그간 번 돈을 모두 날려서라도 다시 돌아올 길인데
잘가게 후안, 안녕 로살리타
아디오스 나의 친구들, 헤수스와 마리아
난생 처음 타보는 큰 비행기지만 아무도 너희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아
그저, '추방자들'이라고 부를 뿐이지
* * *
내 아버지의 아버지가 저 강을 건너 이곳으로 왔어
이민 브로커들은 할아버지가 평생 번 돈을 가로챘지
내 형제자매들도 과수원에서 일해
아마 죽을 때까지 이 트럭에서 내리지 못 하겠지
우리들 중 누군가는 불법이고 누군가는 용인될 수 없다는군
근로계약은 휴지조각이 됐고, 이제는 떠나야만 한다네
6백마일 너머에 있는 메히코를 향해서
우리가 마치 무법자나, 범죄자나, 도둑이라도 되는 냥 몰아댔지
우리는 너희들의 언덕 위에서, 너희들의 사막 한 가운데서
너희들의 계곡에서, 너희들의 들판에서
너희들의 나무들 사이와 덤불 속에서
너희들의 강 양 쪽 편에서 그저 일만하다 죽었을 뿐인데
* * *
비행기가 로스 가토스의 골짜기 위에서 불길에 휩싸였을 때
불덩이가 날아다니고, 산들이 진동하고
그런데 마른 이파리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은 누구지?
라디오 뉴스는 이렇게 전할 뿐이야, "그들은 단지 추방자들일 뿐입니다"
썩어서 거름이 되는 낙엽처럼 그들을 대지위에 흩뿌리는 것이
우리의 과수농장을 관리하는 최고의 방법인건가
우리의 과일들을 기르는 최선의 방법인건가
그들 하나하나의 이름대신 그저 "추방자들"이라고 부르면서?
잘가게 후안, 안녕 로살리타
아디오스 나의 친구들, 헤수스와 마리아
난생처음 타보는 큰 비행기지만 아무도 너희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아
그저, '추방자들'이라고 부를 뿐이지
♬ 유튜브에서 노래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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