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4무농법'으로 불리는 자연농법은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40년에 걸친 농사 경험과 이론을 정리한 『생명의 농업』과 『짚 한오라기의 혁명』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주목을 받게 된다. 아래 글은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짚 한오라기의 혁명』에서 자연농법에 관한 생각을 정리한 부분에서 요약한 것이다.
자연농법은 한마디로 말하면 자연에 맡기는 농법이다. 삶의 축을 인간이 아니라 자연에 두는 삶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일체무용(一切無用)'의 정신을 근간으로 한다. 그것은 땅갈이를 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고, 인간이 먹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논밭에서 가지고 나가지도 말아야 하고, 가지고 들어 와서도 안 된다. 그것으로 비료와 농약이 필요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풀과의 공생이다. 따라서 노력과 비용이 안 든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농법이다.
또한 자연농법은 삶의 태도나 철학과 관련된 문제다. 여기에 생산성이나 경제성을 들먹이는 사람들이 있다. 생산성이나 경제성은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값이 나오는 지표다. 그리고 가장 쓸모없는 지표이기도 하다. 누구나 자기만의 생산성 지표나 경제성 지표는 다 가지고 있는 법이다. 실제로 후쿠오카 마사노부가 농사 짓던 논은 주변의 관행농법으로 짓는 논보다 훨씬 더 많은 벼를 수확했었다. 자기가 아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다.
자연농법의 4대 원칙
1. 무경운(無競耘)
밭을 간다는 것은 중노동이고 농사일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만약 갈지 않는다면 농사일은 대폭 줄어든다. 자연농법은 논밭을 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기본이다. '논밭을 방치해 두면 척박해진다고 생각한다'는 고정 관념으로부터의 새로운 시작이다.
그러면 왜 사람들은 갈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까? 땅이 부드러워져서 공기가 잘 통하고 거름 혹은 영양분이 땅속으로 잘 들어가서 농작물에 잘 흡수되어 농작물의 성장을 도와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땅을 갈아주지 않으면 땅이 단단해지고 공기가 통하지 않아 땅의 물리성이 더 나빠지게 되리라는 것. 그러나 땅을 갈면 갈수록 부서진 흙의 입자는 더욱 작아지고 고르게 되어 뭉쳐지게 된다. 따라서 흙의 입자간의 공간이 적어지고 흙은 굳고 단단해진다. 이러한 땅은 바람에 쉽게 날리고 빗물에 쉽게 유실된다.
그렇다고 땅을 부드럽게 하는 것조차 필요없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다. 지력의 증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 어떻게 가능한가? 자연의 힘에 의해 달성된다. 기계로 갈면 10cm~20cm, 심경을 핵도 30cm 정도 갈린다. 하지만 잡초의 뿌리는 평균적으로 30cm~50cm까지 땅속으로 뻗어나간다. 그 뿌리를 따라 수분과 공기와 영양분이 땅속으로 들어간다. 그 뿌리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한 다음 죽어서 거름이 되고 미생물이 번식하여 땅은 더욱 부드러워진다.
땅은 사람이 갈지 않아도 스스로 간다
농부는 땅을 갈아주면 "땅이 산다" 고 말한다. 하지만 한 번도 갈아주지 않는 산속의 나무는 왜 왕성하게 자라는가? 토양이 조건을 어떻게 바꾼 것인가? 풀이나 나무 그 자체가 완전하게 토양을 개조했던 것이다. 토양의 겉표면을 갈지 않고 진정한 경운(갈이)을 했던 것이다. 흙의 표면은 잡초(풀)로 깊이갈이는 나무로 했던 것이다.
인간은 흙을 불완전하다고 보고 자신의 손(혹은 기계)으로 경운이나 토지개량을 했다. 하지만 토양은 그 자체로 완전하다. 흙을 신뢰하고 흙에게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이 기계로 갈지 않더라도 식물의 뿌리와 미생물 그리고 땅속 동물들의 활동으로 생물적 화학적 땅갈이가 행해진다. 인간은 한 움쿰의 흙도 되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자연은 스스로 놀라울 만큼의 복원력이 있다.
2. 무비료(無肥料)
흔히 작물이 양분이나 거름으로 자란다고 생각한다. 거름이나 비료를 안 주면 수확량이 떨어진다고 한다. 사람들은 작물을 키우는 일이 자기 손으로 가능하다고 여기며 살기에 영양분(혹은 비료)의 가치를 높게 본다. 하지만 인간이 서투른 농법으로 비료를 필요로 하는 토양이 되게 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보자. 작물은 흙에 의해서 성장한다.
대부분 작물 안에 혹은 흙 속에 질소, 인산, 칼륨의 성분이 얼마나 들어 있는가를 본다. 그래서 비료(양분)의 필요성을 실증한다. 비료는 필요하고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물은 스스로 자란다는 관점에서 볼 때 양분은 작은 결과일 뿐이다. 비료 혹은 양분은 작물이 자라는데 여러 원인 중 하나일 뿐이다.
눈앞의 급작스런 효과(성장 혹은 수확량의 촉진) 를 이유로 그 효과가 과대하게 평가되고 선전되어왔다.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가 일시적이고 부분적이라면,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 작물에 약화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저항성이 약화된다. 장애나 병충해를 입게 된다. 예를 들어 토양이 산성화되어 석회를 사용하면 토양이 알칼리성이 되기 쉬운데, 토양이 알칼리성이 되면 미량요소(아연,망간,붕소,요오드) 등이 물에 녹기 어려워지고 결핍이 온다.
어떤 한 가지 양분 혹은 비료를 주면 다른 양분 혹은 비료의 효과가 떨어진다. 하지만, 농부는 이렇게 말한다. "수십 년 동안 비료나 양분을 주어왔고 실패가 없다는 것을 보면 역시 양분과 비료를 주는 것은 작물에 유리하다" 하지만 생산비에서 양분과 비료의 비율은 차츰 증가하고 있다. 양분을 만드는 노력도 차츰 고도화(?)되어 간다.
거름이 무가치 하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이다
대체로 농작물이 가장 많이 흡수해 들이는 질소 비료의 7할은 자연의 흙이나 물에서 공급되고 있는 것이고 그 나머지 3할은 인간이 주고 있다. 쌀이나 보리, 과일나무 등의 열매만을 따내고 짚이나 작물의 줄기와 잎 전부를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 주면 필요량은 1할이 남는데 그 1할은 녹비식물을 기르면 되므로 비료는 거의 필요 없다.
과학적인(인위적인) 방법으로 유기질 재료로 할 경우도 많아야 20% 이내의 효과를 내는데 지나지 않는다. 작물을 양분으로만 키운다는 생각을 버리고 흙으로 기르는 재배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3 . 무농약(無農藥)
자연은 항상 완전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의 해충이 발생하는 일은 없다.
충은 정말 해로운가? 방제만이 능사인가? 벌레는 있어도 해충은 없다고 보고 방제를 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은 없는가? 천적이용(혹은 무공해농약)도 안심할 수 없다. 언제고 해충이 익충이 되고 익충이 해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조차도 식물의 입장에서는 약해(藥害) 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한 벌레나 균에만 효력이 있는 물질 혹은 처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예를 들어 소나무가 선충에 의해서 말라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소나무의 죽음은 첫째가 토양의 산성화와 송이 버섯균의 죽음(그로 인해 뿌리썪음)에 시작되고 이어서 균의 기생 마지막으로 (그것을 먹는)선충의 침입으로 일어난다. 사실 선충은 소나무가 20~30 % 죽었을 때 침입한다.
이상 증세는 반드시 인간 쪽에 원인이 있다. 경작 방법이나 비료 주기가 잘못돼서 병약한 작물이 생길 때 자연이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병충해가 발생하는데, 그때 농약이 필요하게 되는 데 지나지 않는다. 건강한 작물을 만드는 일에 노력하는 쪽이 훨씬 더 현명한 일이다. 인간이 반성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자연적인 방법을 취득하면 반드시 해결될 수 있다. 방제보다는 강한 작물 건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선결 과제다.
4 . 무제초(無除草)
풀은 당연히 돋아나야 하기 때문에 자라는 것이다. 잡초도 발생해야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는 잡초 역시 무엇인가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잡초는 정말로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는가? 그렇다고 하면 그것의 근거는 농작물과 잡초를 구별해서 보기 때문이다. 서로 다툰다고 생각해서 아님 양분을 훔쳐가는 도둑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쪽을 위해서 한 쪽을 없애야만 된다고 한다. 아예 공존이나 공생의 개념이 없다. 세상에 잡초는 없다. 잡초는 흙을 기름지게 한다
잡초 무용론 보다 잡초 유용론을 생각 해보자! 잡초의 뿌리가 땅속에 깊이 들어감으로써 흙이 부드러워지고 그것이 말라 죽움으로 부식물이 증가하여 미생물이 번식하고 흙은 기름지게 된다. 잡초는 당연히 돋아나야 하기 때문에 돋아난다. 잡초가 발생하는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잡초도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교체된다. 따라서 잡초를 다른 풀(녹비식물)로 대신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토양이 유실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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