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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자연농업

자연재배 농법 송광일 박사 - "인간의 손 닿으면 나약해져, 그게 자연"

by 내오랜꿈 2010.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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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손 닿으면 나약해져, 그게 자연"

자연재배 농법으로 ‘썩지 않는 오이’ 생산하는 송광일 박사


출처:<오마이뉴스> (www.ohmynews.com) 2010.05.25 

이돈삼(ds2032)



▲  꿀맛 토마토. 송광일 박사의 하우스를 찾은 아이들이 자연재배로 키운 토마토를 즉석에서 따 먹고 있다.

ⓒ 이돈삼


"생명을 가진 것들은 놀고 먹기를 좋아합니다. 사람도 그렇지만 식물도 마찬가집니다. 인간이 물을 주고 비료를 주면 아예 스스로 노력하지 않습니다. 놀고 먹는 걸 자기의 사는 방식으로 인식하는 것이죠. 그러면서 나약해지는 것입니다. 놀고 먹지 않도록 해야죠."


자연재배 농법으로 농사짓는 송광일(54·광주광역시 광산구 양산동) 박사의 얘기다. 그는 농사 지으며 독학으로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딴 농학박사다. 그동안 신한국인상을 받았으며, 신지식인에 선정됐다. 현재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한국농수산대학 채소원예과의 현장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자연재배 농법은 작물 스스로의 생존능력을 키워주는 것으로 요약된다.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은 물론 퇴비조차도 쓰지 않고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이다. 작물들이 퇴비와 비료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식물 생리학적으로 보면 자연재배와 유기농은 정반대예요. 유기농은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을 쓰지 않습니다. 대신 퇴비를 충분히 주죠. 그런데 퇴비는 화학비료가 아닐 뿐, 비료라는 사실입니다. 물도 충분히 주고 땅도 갈아엎어 일반재배와 차이가 없죠. 하지만 자연재배는 퇴비도 주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땅속의 비료를 다 뽑아낼까 고민을 하죠. 수분도 최소한만 공급하고요."


일반재배와 유기농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송 박사의 주장이다. 유기농이나 일반재배 모두 작물 스스로의 노력 없이도 비료를 흡수할 수 있도록 농사꾼이 다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에게 비만이 나타나는 것처럼 작물에서도 탈이 생겨난다고. 작물이 놀고 먹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각종 병해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농법에서는 인간이 개입하지 않으면 작물 스스로 살아갈 수 없단다. 비료가 부족해도, 수분이 부족해도, 병해충이 발생해도 사람이 돕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방치하면 결국 고사하고 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  송광일 박사. 농사를 지으면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딴 농민박사다.

ⓒ 이돈삼


"자연재배는 달라요. 식물의 생리가 적극적인 먹이활동으로 바뀌죠. 유기농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많은 양의 뿌리를 만들어요. 식물 스스로 전기값을 올리는 거죠. 그래서 토양과 강한 이온 결합의 형태로 존재하는 비료이온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깁니다. 먹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거예요. 유기농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는 거죠."


식물 스스로의 높은 전기값은 조직의 강한 결합력으로 나타난다는 얘기다. 이는 작물이 잘 썩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그는 썩지 않는 오이를 생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의 농사꾼 기무라 아키노리씨가 자연재배를 통해 썩지 않는 '기적의 사과'를 생산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썩지 않는 게 당연해요. 원래 안 썩는 게 맞습니다. 성숙 과정에서 질소가  많으면 조직이 치밀하지 못해 빨리 상하게 됩니다. 그러나 자연재배를 하면 질소가 거의 없고 조직이 치밀해서 마를 뿐, 썩지를 않아요.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던 것이 잘못된 것이에요."


실제 그의 오이 하우스에는 오이가 썩지 않고 있다. 착과 상태에서 상품성이 떨어진 것들을 모두 따버렸지만 바닥에서 썩지 않고 말라가고 있을 뿐이다.



▲  자연재배 하우스.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오이를 따서 바닥에 버렸지만 썪지 않고 있다.

ⓒ 이돈삼


▲  컬러 토마토. 송광일 박사가 자연재배 농법으로 키운 것이다. 겉모양은 물론 맛도 그만이다.

ⓒ 이돈삼


송 박사가 자연재배 농법을 시작한 건 11년 전. 자연 속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 특별히 비료나 퇴비를 주지 않는데도 잘 자라는 것이었다. 자연 속에서 식물이 자라는 것처럼 농사를 지으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과감히 시작을 했다. 그동안 지어오던 토지를 포기하고 지금의 터(광주광역시 광산구 양산동)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땅에 비료를 주지 않았다. 가축의 분뇨도 쓰지 않았다. 참나무 껍질만을 한 차례 넣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자랄 것 같던 작물들이 노랗게 죽어갔다. 실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호기심과 모험심이 작용했다.


여기서 그가 선택한 건 학습. 공부였다. 대학원에 들어가 체계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3년 동안 실패를 거듭하면서 연구한 끝에 마침내 싹을 틔우는데 성공했다. 인내의 결과였다. 작물도 건강했다. 성공에 대한 확신도 생겼다. 노력한 만큼 보답해 주는 땅과 작물이 큰 희망으로 다가왔다.


"특별히 한 건 없어요. 태초에 식물은 척박한 원시 토양에서 자라 푸른 초원과 울창한 숲을 이뤘잖아요. 비료나 퇴비를 주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일수록 숲이 울창하잖아요. 그겁니다.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겸허히 응용한 것뿐입니다. 그게 재래적인 농법이고 자연재배예요. 가장 손쉬운 농법이죠."



▲  고추밭. 송광일 박사의 자연재배 하우스에서 자라는 작물은 모두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생산효율이 그만큼 높다.

ⓒ 이돈삼


그의 고민은 이렇게 놀라운 자연의 힘이 농작물에서 발휘되지 않는데 있었다. 알고 보니 '인간의 욕심' 때문이었다. 문제는 수확량에 집착한 인간들이 각종 비료와 퇴비로 뒤덮인 땅을 만들어냈고, 농작물은 거기서 스스로 생존하는 방법과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욕심 때문에 망한 겁니다. 실질적으로 잘 되라고 빌어주기만 하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자연은 인간의 손이 닿는 순간 나약해지기 시작합니다. 금방 망가지죠. 농부의 마음이 아닌, 사람의 욕심이 작용한 때문이에요. 사람의 손이 안 타면 안 탈수록 좋은데…."


자연재배 농법의 관건은 땅이다. 일반농지에선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인간이 뿌린 비료성분을 제거하는 데만도 최소 4∼5년이 걸린다. 비료성분이 제거되면 식물과 공생하는 근권미생물이 복원돼야 하는데, 이것만도 최소 2∼3년이 또 걸린다.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자연계 식물은 근권미생물과 공생하죠. 이 미생물은 식물들에게 필요한 각종 화합물들을 합성해 줍니다. 식물은 태양으로부터 얻어지는 에너지인 유기화합물을 나눠주면서 공생관계를 형성하죠. 농작물도 마찬가집니다. 농작물과 근권미생물은 서로 주고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데 그 중간에 인간이 개입한 거예요. 땅을 갈아엎고 비료와 퇴비를 뿌리면서 농경지에서 이 미생물들이 사라진 것입니다. 인간이 준 비료를 먹은 식물은 더 이상 태양으로부터 얻어진 유기 화합물을 나눠주지 않아요."


이렇게 재배된 농산물은 혀끝으로 금세 차이가 느껴진다. 맛과 당도에서 천양지차다. 껍질 또한 눈으로 확인될 만큼 탄성이 좋다. 아무 것도 주지 않았는데 일반 농산물보다 더 맛있고 더 보기 좋은 건강하다. 거짓말 같은 사실이다. 



▲  자연재배 토양. 송광일 박사가 하우스 바닥을 파 보이고 있다.

ⓒ 이돈삼


비결은 흙이었다. 토양이 다르니 식생도 달라졌다. 실제 그의 하우스 안 땅은 푸석푸석 부드럽다. 직접 땅을 파보니 오랜 기간 쌓였던 나뭇잎과 가지만 나온다. 물기도 없다. 색깔은 검은 빛을 띠고 있다. 그만큼 진하다. 유기 물질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흙의 상태는 뿌리에 영향을 준다. 식물이 깊게 뿌리 내려 비료를 주지 않더라도 충분한 영양을 구할 수 있다. 


식물들은 이 토양에서 스스로 자생력을 갖고 자란다. 키도 필요 이상 크지 않는다. 열매는 '주렁주렁'이다. 맛도 그만이다. 겉모양도 탐스럽게 생겼다. 생산 효율 최고다. 그러면서도 다른 병해충들을 스스로 이겨내며 자란다. 골치 아픈 병이 돌아도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지닌다. 건강 그 자체다. 반면 생육조건이 맞지 않는 잡초는 버텨내기 힘들다.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시들어간다.


자연재배 농법은 생산비도 적게 든다. 유기농법은 유기질 비료를 직접 생산하거나 구매해야 하는데 비해 자연재배는 그런 번거로움이 없다. 자연재배는 또 유기비료 자재대나 인건비도 들지 않는다. 생산비 자체가 적게 들어가는 농법이다.



▲  자연재배 토양에서 작물은 뿌리를 튼튼히 내려 생육활동이 활발하다. 그러나 생육조건이 맞지 않는 잡초는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 이돈삼


▲  자연재배 작물은 일반재배보다 열매를 훨씬 더 많이 맺는다. 송광일 박사가 주렁주렁 달린 토마토를 보여주고 있다.

ⓒ 이돈삼


이렇게 자연재배 농법으로 그가 재배하고 있는 농작물은 수십 가지. 완숙토마토와 컬러 대추토마토, 검정토마토를 비롯 파프리카, 피망, 가지, 청양고추 등 고추류와 쌈배추, 양배추, 무, 양상추, 쑥갓 등 채소류가 있다. 오이, 멜론, 호박, 수박, 콩, 복숭아, 대파, 마늘, 양파 그리고 복숭아와 벼도 재배한다. 


계절 따라 작물이 약간씩 다르지만 일상적으로 20여 종을 유지한다. 재배면적은 9000여 평에 이른다. 판로 걱정도 없다. 알음알음으로 정기회원을 모집해서 수확한 농산물을 매주 보내주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입소문을 타면서 회원들도 늘고 있다. 특정 회원들만을 위한 농사를 짓는 셈이다. 회원들도 혀끝으로 만족하고, 그 만족감이 온몸으로 전해진다며 흡족해한다. 물론 생산자도 행복하다.


"부자로 살고 싶죠. 그러나 돈 많은 부자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나눠줄 게 많은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나눠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남들이 내게 와서 얻어갈 게 많은 그런 사람으로…."



▲  정기 회원들. 송광일 박사가 자연재배 농법으로 키운 농산물을 정기적으로 사먹고 있는 회원가족이 하우스를 찾아 시설을 둘러보며 토마토를 직접 따 먹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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