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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세상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 - <작은책>

by 내오랜꿈 2014.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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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라는 모토로 20년 가까이 발행되고 있는 월간 <작은책>. 주로 은행이나 공공장소 등에 많이 비치되어 있어 오가는 사람들이 손쉽게 읽을 수 있는 잡지류로 분류될 수 있다. 이런 류의 책 가운데 많이 알려진 게 <샘터>나 <좋은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난 <샘터>나 <좋은생각> 같은 책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다. 보통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고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긴 하지만 나에겐 어딘가 모르게 공허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혼이 빠진 듯한 느낌이랄까? 아름답기'만' 하고 감동적이기'만' 한 글들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에게 좋은 글, 좋은 책이란 읽고 나서 무엇인가를 생각하게끔 만들 수 있는 글, 책이어야 한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도 좋지만 내 이웃의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 이런 점에서 <작은책>은 <샘터>나 <좋은생각>과는 어느 정도 차별적이다. 일상을 담아내는 작은 이야기들 속에 사람들의 '아픔'에도 시선을 두고 있고 그 아픔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아래 글은 월간 <작은책> 11월호를 마감하면서 올린 편집자의 글이다.





5천 원짜리 해장국을 파는 식당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손님 두 사람이 해장국을 다 먹고 커피를 먹으려고 하는데 그 가게에는 일회용 커피 자판기가 없더군요. 일하는 아주머니가 미안한 듯 말합니다.

저희 집엔 커피(자판기-인용자)가 없어요. 생수통에서 뜨거운 물 받아서 잡수세요.”

그 말을 듣은 손님, “그걸 타 줘야지. 내가 타 먹나?” 하더군요.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이 커피까지 타 줘야 하는 걸까요?


지난 7일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경비원이 분신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에게 하인 취급을 받는 데 모멸감을 참지 못하고 자기 몸에 불을 질렀던 거지요. 그 경비원이 맡은 동에는 경비원과 청소 노동자들을 벌레 보듯 하는 입주민이 살고 있었습니다. 입주민은 유효 기간이 지난, 냉동 떡이나 과자, 사과 등을 개한테 주듯 화단으로 던져 주고, 안 먹으면 안 먹는다고 폭언을 퍼붓기도 했답니다.


이 경비원뿐만 아니라 전국의 경비원들이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주차 관리, 분리수거, 휴지 줍기, 화분 치우기, 낙엽 쓸기는 경비원 업무가 아닌데도 이분들은 늘 그런 일들을 해야 했습니다. 입주민들이 폭언을 퍼부어도 경비원들은 잘릴까 봐 입바른 소리나 항의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근본 문제는 1년마다 계약해야 하는 고용 유연화 때문입니다. 찍히면 다음해에는 분명 잘릴 테니 노예처럼 일할 수밖에 없는 거지요. 박근혜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이렇게 1년 계약직으로 해 봐야 이 제도가 얼마나 비정한 제도인지 알 수 있을 테지요?



사진출처 : <작은책> 홈페이지(www.sbook.co.kr)에서 가져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글을 읽으면서 공분을 표한다. 뭐 저런 인간들이 다 있냐며. 하지만 냉정하게 되돌아보면 우리가 손가락질 하는 저들의 모습이 우리의 '슬픈 자화상'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우리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는 이런 글들을 불편해 한다.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다'는 건 그 속에 우리 자신의 모습이 어느 정도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원래 그런 존재다. 


이 자그마한 책이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 읽혀졌으면 좋겠다. 한 달 3,500원이면 이 아름답고 진솔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5천 원짜리 해장국을 파는 식당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손님 두 사람이 해장국을 다 먹고 커피를 먹으려고 하는데 그 가게에는 일회용 커피 자판기가 없더군요. 일하는 아주머니가 미안한 듯 말합니다.
S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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