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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한편에 놓아둔 내 앉은뱅이 책상은 늘 산만하다.
한꺼번에 다 읽는 것도 아니면서 바람에 흩날리는 미친 년 머리카락만큼이나 책들이 어지러이 늘려 있다.
(알다시피 이건 박경리 선생의 표현이니 여성을 비하한다고 나를 욕할 건 없다)
누가 보면 무슨 중요한 책이라도 쓰고 있는 줄 알겠다.^^
꽤 오랫동안 잔소리를 해대던 아내도 나의 무응답에 지쳤는지 요즘은 통 말이 없다.
나에게 익숙한 풍경은 아내에게도 익숙한 풍경이리라.
시간이란 놈은 참 매정하다.
도대체 조그마한 틈조차 없다.
바람도, 구름도, 파도도, 모두 가끔씩은 쉬어가기도 하거늘 너는 무에 그리 바쁘기만 한 건지...
10월의 첫 날.
새벽 네 시는 고요하다.
책장 넘기는 소리는 태풍에 우는 바람 소리 같고
삼순이 짖는 소리는 천둥번개 소리 같다.
이 순간 만큼은,
세상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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