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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옆지기의 글

송광사에서의 하룻밤

by 내오랜꿈 2014.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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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주인장의 무관심으로 냉골이 된 작은 공간, 오랫만에 불을 지핍니다. 

 

어... 어... 하는 사이 시간은 무심히 흐르고 흘러, 가을 겨울을 지나 봄이 머지 않았네요. 세월의 속도는 나이와 비례한다고 했던가요. 절감합니다.

 



무신론자지만 가끔 산사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습니다. 지난 연말에는 여동생과 송광사에서 하룻밤을 신세지고 새벽예불을 보았답니다. 예불 직전, 대웅전 앞마당에서 고요한 산사를 깨우는 법고 소리를 추운 줄도 모르고 한참을 바라본 시간 또한 소중한 추억이 될테지요. 십수 년 전, 부석사에서의 새벽예불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상은 동생과 자주 이런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이 공염불이 되지않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남기는 흔적. 

 



새해엔 떡국을 끓여먹고 나로도에 가서, 제대로 해맞이를 했구요.

 



주말이면 겨우내 둔하고 무디어진 몸을 깨우기 위해 틈나면 주변의 산을 찾습니다. 어떤 날은 가볍게, 어떤 날은 험한 산을 생고생 하며 올랐다가 몸살을 앓기도 하는 등..  예년에 비하면 올겨울은 참으로 따뜻했지요.

 



매일 먹는 개구리반찬이지만 보약이라 생각하고 우리는 달디 달게 먹습니다. 

 


 

메주를 띄우고 한창 말리는 중입니다. 작년에는 미처 메주를 만들지 못하여 사서 장을 담궜는데, 마음에 차지않았더랬습니다. 드디어 올해, 콩을 25키로 정도 삶아서 메주를 만들었습니다. 잘 띄워진 청국장도 메주도 모두 첫경험입니다. 

 


 

요즘 저는 빈둥빈둥 하릴없이 시간을 흘리는 반면,  남편은 노자와 장자에 빠져 지냅니다. 원래 공부 욕심이 좀 많은 사람이지만 삼매경에 빠진 옆모습을 훔쳐보며 '나도 한번 읽어볼까..'싶기도 합니다. 문제는 촌에 들어온 이후 잠시 끊었던 도서 구입이 이를 계기로 제대로 발동 걸린 듯합니다. 그리하여 가정 경제에 영향을 미칠까봐, 좀 겁이 납니다.^^

 

이렇게 저는 잘 살고 있었는데, 기나긴 무심함에 걱정 끼친 이웃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단 말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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