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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옆지기의 글

깨를 볶으며...

by 내오랜꿈 2013.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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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소금이 다 떨어졌다. 봄에는 나물 반찬이 많아서 깨소금이 많이 든다. 깨끗이 씻은 깨를 넓고 높은 솥에 넣어 볶기 시작했다. 수십여 분 나무 주걱으로 깨를 뒤적거리며 여러 얼굴이 스친다. 인근에서 깨농사를 가장 잘 지으셨던 아버지 얼굴, 아버지의 깨농사를 어깨 너머로 본 것을 밑천 삼아 주말농사를 지어 형제들과 넉넉히 나눠 먹는 여동생 얼굴, 그리고 엄마 돌아가신 후부터 삼십여 년 넘게 우리집 살림을 보살펴 주셨던 큰어머니의 얼굴이다. 나나 여동생이나 수확한 참깨를 털고 나서 잡티를 골라내기 위한 키질이 너무 서투르니 팔순이 넘은 큰어머니의 손을 빌리게 된다.

  



깨를 볶고 나니 온 집안이 고소한 냄새로 가득 찼다. 재지도 않았건만 어림짐작으로 잡은 참깨의 양이 용기에 딱 맞춤이다. 괜히 고수가 된 듯 마음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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