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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옆지기의 글

아침 풍경

by 내오랜꿈 2013.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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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봄이' 짖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연륜이 쌓임에 따라 점점 넝구렁이가 되어가는 삼순이는 짖어야 할 때와 아닐 때를 분명하게 가리는데, 봄이는 세상에 난 지 겨우 다섯 달째니 작은 기척에도 반응할 만큼 천지분간을 못합니다. 이불 속에서 좀 그러다 말겠거니 했는데, 도무지 그칠 기미가 안 보여 이불을 박차고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작은 놈은 주인 한 번 봤다가 담장 한 번 봤다가를 반복하며 계속 짖고, 삼순이는 달관자의 여유인 양 하품을 하며 쪼르르 달려옵니다.

 

봄이가 그렇게 짖어댄 이유가 있었네요. 집 앞 논에 사람의 인기척이 있으니 말입니다. 논 주인인 아저씨네 유채 베는 날인가 봅니다. 아주머니 세 분과 함께 이른 새벽부터 작업을 합니다. 올봄에는 시세가 킬로그램당 고작 300원 꼴이라서 농장의 염소나 줘야겠다 하신 것이 얼마 전인데, 어쩐 일일까요? 

 


 

아침을 먹고 다시 나갔더니 여전히 작업 중입니다. 아줌마들이 유채를 소쿠리에 가득 채우면 아저씨가 자루에 묶어 나르고... 이곳 도화의 특산물인 '울릉도취'를 수확할 때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저것을 다 베면 취를 취급하는 영농조합으로 가져갑니다. 저희가 일 년 넘게 집을 비운 사이 영농조합 창고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는데, 취가 고소득 작물로서 고용창출 효과도 덤으로 낸다는 명목 아래 특산물로 선정되어 생긴 변화입니다. 처음 이사 왔을 때보다 취농사를 짓는 집이 많이 늘었습니다.

 

작년, 벼 수확을 끝낸 아저씨는 논에 처음으로 유채를 뿌렸습니다. 남들 두 번 베어 팔 때 초짜인 아저씨는 초겨울에 한 번 수확하고 겨울을 났지요. 씨앗 값, 밭가는 삯, 토양 소독제와 비료, 퇴비, 일꾼 삯을 제하면 아무리 따져도 한참을 밑지는 셈법 같습니다.

 

아랫논까지 정리하려면 한참 걸릴텐데, 나중에 작업 끝나면 달달한 커피라도 한 잔 나눠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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