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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옆지기의 글

어느 가을날

by 내오랜꿈 2011.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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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다 못해 성큼 다가온 가을을 집어삼킬 듯한 뜨거운 한낮. 한 줌의 햇살도 놓치기 싫은 듯 온몸으로 받아내는 고추를 뒤집다가 꾀가 나서 담 너머로 이웃집 밭을 곁눈질 합니다. 갓 심은 어린 배추가 애처럽게도 뜨거운 가을볕에 축 늘어져 일부는 타들어가네요. 지금의 이 뜨거운 햇살은 붉은 고추에게는 더없이 좋지만, 다른 작물들에게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가 봅니다.

 



'해바라기'는 왜 해를 보지 않을까요? 카메라를 들고 이웃집 밭으로 쳐들어 갔습니다. 저 해바라기가 본색을 드러내기 전,  밭 가장자리에 쭉쭉빵빵으로 자라는 이것의 정체가 무척 궁금했더랬습니다. 누구는 '야콘'이라 하고, 누구는 '해바리기'라고 말했지만 확신없기는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랬던 것이 결국 이렇게 정체를 드러냈습니다.  지난 겨울 삼순이의 화장실로 이용되던 곳인데, 주인장의 소똥거름과 요소비료 탓일까요?  이렇게 키 큰 해바라기는 처음 봅니다. 

 


 

해바라기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삼순이가 목욕을 끝냈군요. 삼순이의 목욕 담당은 언제나 남편입니다. 얘가 목욕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약간 헷갈립니다. 목욕하자고 하면 거부는 안하는데 처음엔 약간 망설이는 몸짓입니다. 그 후에는 얌전히 남편의 손길에 온몸을 맡기고 '털어라'와 '털지 마라'는 말을 정확히 인지 합니다. 목욕을 끝낸 후에는 잔디에 머리를 박기도 하고, 한바탕 놀자고 팔짝팔짝 뛰면서 유혹의 시선을 보냅니다.

 

 


올해 태양초는 여기에서 마무리될 듯 합니다. 태양은 이렇게 마당 구석구석을 가득 노니는데, 애석하게도 더 말릴 고추가 없네요. 고추 말리기를 끝낸 후, 우리 부부는 며칠 모든 일을 접고 휴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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