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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여행

무작정 떠나는 주문진항

by 내오랜꿈 2007.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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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우리 부부가 어느 한 사람의 반대 의사없이 짝짝쿵이 가장 잘 맞을 때는 다름아닌 휴일날, 빈둥빈둥 TV를 보다가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를 감질맛나게 만드는 볼거리나 먹거리에 혹하여 '됐나? 가자!'는 눈빛, 말 한마디로 일을 저질러버리는 충동적인 행위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지난 주말 갔던 주문진항도 그 몇년전 '그곳에 가고싶다'류의 방송에서 리포트가 전라도의 맛갈스런 한정식집을 소개하여 침을 흘리게 만들었었는데, 거리상 멀어서 포기를 하고 차선책으로 택한 곳이 바로 오징어가 제철로 풍성한 주문진항이었다.


집에서 두어시간 반이면 닿는 그곳은 주말이면 얌전히 붙어있지 못하고 여행하기를 즐기는 우리 부부에게 그리 먼 느낌이 드는 거리가 아니라서 그 후로도 종종 어디를 가긴 가야겠는데 적당한 곳이 떠오르지 않을 때 달려가는 곳. 살아 꿈털대는 산오징어 만원어치를 사들고 초장집에 가서 회와 매운탕으로 배를 한껏 채워오곤 했었다. 사실 주말에 집에 있으면 사소한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티격태격 다투기 일쑤라 오히려 그 편이 낫기도 하다.


친구 부부와 함께 놀토가 아니라서 휴가까지 낸 원래의 여행 계획을 태풍 때문에 접고, 우회하여 근 일년만에 찾은 주문진은 어시장도 커지고 많이 변모해 있었다. 지방마다 갖가지 축제행사로 관광객 유치에 힘쓰는 마당에 주문진도 예외없이 오징어 페스티발이 8월 중에 있다는 소리를 얼핏 들은 것도 같다. 결과적으로 태풍이 비껴가서 쨍쨍 마른 날 하루를 강원도에서 지냈다.




어시장을 몇바퀴 휘~ 둘러보니 대체로 산오징어가 주였지만, 제철인 고등어가 못찮게 좌판을 차지하고 있었다. 마트에 익숙한 여행자에겐 모든 게 싱싱하고 값싸다. 산오징어의 경우 예전과 별 차이가 없는 점이 다시 걸음하게 만드는 요인인지도 모르겠다. 산고등어가 있었으면 횟거리로 구입했을텐데 성질이 급하여 벌써 하늘에다 배를 내밀고 있어 포기를 하고 산오징어와 세꼬시용으로 자연산 도다리를 사서 식당에 갔는데, 골목들이 많이 변해 있어서 매운탕이 맛있었던 예전에 갔던 집은 찾지못했다. 더구나 횟집들이 파라솔을 비치, 즉석 오징어 통구이로 손님들을 유혹하는 것도 없었던 풍경의 하나였다.




원래 아침을 안 먹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속이 허하여 버터를 발라 토스트 해먹으려고 사흘전 갓 구운 빵을 얼려놓은 냉동실 문을 열다가 8마리 만원에 사왔던 잘 다듬어진 생고등어를 보고 미소가 지어졌다. 서울형님이 주신 서너가지 생선들이 마침 바닥 나 아쉬웠던 차에 구이와 조림용으로 구입 했었다.(아~ 친구가 사줬군.) 스치로풀 박스에 얼음을 채워주시며 아주머니 曰, 손질하지 않고 그냥 가져가야 신선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씀을 따랐는데, 문제는 내가 생선을 잘 못 만진다는 것이다. 그날밤 귀가하여 내가 다림질 하는 사이, 남편이 일일이 손질은 물론 간이 베이게 소금까지 쳐주고 간 것이 그대로 냉동실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written by 느티

2004 09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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