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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여행

여름휴가, 고흥 거금도

by 내오랜꿈 2007.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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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륙교가 완공되면 더이상 섬이라 할 수 없을 남도의 '거금도'로 휴가를 떠났는데,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기껏 잡은 일정이 본격적인 여름휴가의 절정기였다. 아흐.. 회사를 그만둬도 이 시기를 절대 못벗어나는 마의 7월말이여~!
 
주차장 수준의 고속도로 사정을 피해 우리 부부는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미리 여수에 내려가서 제철음식인 '하모'를 먹었고, 이튿날 새벽에는 돌산도의 공판장에서 싱싱한 전복을 한꾸러미 사서 느긋하게 일행들과 합류했다.
 
남도의 바다가 대부분 한갓진데 교통체증과 밀리는 인파, 바가지에 시달리는 동해마냥 야단스럽지 않아서 좋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바닷가는 아무리 미화시키려 해도 뻔한 고생길이지 않은가. 거금도는 그럴 염려가 일체 없다는 것과 해수욕장은 물론 계곡까지 있어서 취향대로 놀거리를 제공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민박집의 넘치는 인심이 잇점이라 하겠다.
 
 


해수욕장에 민박을 정해두고, 계곡에서의 하루를 빼고는 대부분 바닷가에 있었는데 정작 바다를 배경으로 삼은 사진은 떠나오던 날, 우리가 승선할 배편을 찍은 것이 유일하다. 동행했던 아이들 마냥 놀이에 집중타를 가한 것도 아니었는데, 3박4일을 체류하면서 그 흔한 해수욕 사진 한장 없다니...
 
한 곳에서 몇날을 붙박이로 지내면 책도 서너권 읽을 여유가 생기고, 하다못해 낮잠 때릴 짬이라도 조금은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야박했다. 하긴.. MT를 방불케하는 인적구성 속에서 한량이 되어 보겠다는 생각을 가진것 부터 무리수였겠지만, 작년에 이어 그 점이 쬐끔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다고 이번 휴가가 나빴던 건 절대로 아니다. 그 부분까지 보태졌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니었을까 하는 정도랄까?
 
세태에 반하는 성비가 신기할 정도로 딸내미들이 절대 우위를 차지하는 이 그룹에서, 고만고만한 여덟 아이들이 꿈나라에 들면 그때부터 아무런 구애됨없이 어른들의 본격적인 음주 타임이 새벽녘까지 이어졌다. 대충 마른안주나 축내는 꼴을 도저히 못보는 우리집 머슴의 바지런한 성질(?)은 내가 보조로 동원되면 다소 귀찮기도 하지만 어느 자리에서나 빛난다. 뚝딱뚝딱 지지고 볶아서 술잔 앞에 들이대는 고단백 안주 덕에 매일밤의 음주가 그닥 피곤한 줄 모르고 이어졌던 것이다.
 


그 중 한가지가 바로 이 전복삼합. 원래의 컨셉대로라면 제대로 익은 묵은지를 가볍게 물에 빨아서 생다시마 얹고 버터에 살짝 익힌 전복과 삼겹살 구이로 삼합을 해 먹는 것이었는데, 묵은지와 다시마 구입과정에 차질이 생겨 흉내만 낸 수준이었음에도 기억에 남을만큼 아주 훌륭했다는...
 
<written by 느티 | 2007/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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