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여유/여행

가막만에서 강태공이 되다.

by 내오랜꿈 2008. 3. 22.
728x90
반응형


일요일..아침해가 중천에 뜬 9시쯤 강태공이 되고자 소호동 사택을 나섰습니다. 쨍하게 맑은 아침은 아니었지만 어제 저녁과는 달리 바람이 잔잔하여 낚시하기 딱 좋은 날씨라며 좋아라 하는 남편에게 '너무 많이 낚으면 다 어쩔거냐'고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편의점 가서 라면과 물을 사고 나오려다 아차~하며 새우깡과 맥주도 두 캔 집어들었습니다. 화양면으로 차를 돌리는 남편에게 김밥도 사가자 꼬시는데 도야지 같이 먹을 것만 밝힌다고 핀잔이지만 다시 차를 돌려주는 자상한 남편. 가는 도중, 가물치가 많이 잡힌다는 한 호수에는 민물낚시하는 사람이 꽤 앉아 있고, 우리는 낚시 포인트를 찾기 위해 한창 물이 들어와 있는 화양의 가막만 바닷가를 20여분 달린 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미끼로 쓰는 징그러운 갯지렁이를 암시렁토않게 잘 끼는 남편도 오래 전 일년 정도 낚시관련 잡지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고 배운 게 도둑이라고 취재차 여기저기 안 가 본 곳이 거의 없는 탓에 가끔 어류도감 흉내도 곧잘 내지만, 낚시에 관한 한 초보이기는 마찬가지. 릴 낚시대를 멀리 바다에 던져야하는데 쉽지가 않은 모양. 너댓번의 시도끝에 성공하는 남편을 기회다싶어 가차없이 공격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미끼를 끼어준 낚시대를 억지춘향으로 잡고 섰다가 심심하여 좌우로 흔들어봤는데 순간, 제가 손에 쥔 낚시대가 휘어지며 움직이지를 않았습니다. '자기야! 바닥에 걸렸나봐. 어떻게 해봐봐' 나의 고함에 뛰어온 남편. 그러나 금방 '빙시' 소리를 듣고 맙니다. 낚시바늘이 바닥에 걸린게 아니고 이미 고기가 먹이를 먹고 도망간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기가 입질할 때의 반응에서부터 고기를 잡아채는 요령까지 일장 연설을 듣지만 두번째도 똑 같은 상황의 반복이니, 고기마저 나를 얕보나 봅니다. 남편은 낚시포인트를 제대로 잡았다며 좋아하는데 금방 지루해진 느티나무는 낚시대를 도로 남편에게 넘겨주는 사이, 릴 낚시대에서 반응이 왔습니다. 남편에게 걸린 놈은 '노래미' 인데, 뼈꼬시용으로 낯익은 녀석입니다. 회를 무척이나 좋아하면서도 잡힌 녀석을 보니 측은지심. 크기는 18 Cm 정도인데 어떻게 눈대중을 했냐하면 남편의 한뼘이 23Cm 랍니다.^^ 고기를 잡고 보니 담을 통을 안 가져왔다는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갯바위에 녀석을 가두고 첫 수확물의 기쁨을 뒤로 합니다.




어느새 하늘을 보니 구름은 걷히고 반짝 햇님이 나왔습니다. 바다에는 고기잡이 통통배도 몇 척 보이고, 저 건너편에는 해녀 두 분이 물질하려나 봅니다. 그런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에서는 천둥을 칩니다. 젯밥에 관심이 더 많은 한가한 사람이 라면을 끓이고, 집에서 가져온 김치와 아침에 산 김밥으로 아점을 먹었습니다. 시장끼와 함께 맑은 자연속에서는 뭘 먹어도 꿀맛입니다.




시간이 지나니 처음의 남편 기대에 부응은 커녕, 낚시대에서는 파래나 미역만 딸려오고 고기는 감감 무소식입니다. 그래서 느티나무는 과도를 들고 근처에서 쑥을 캤습니다. 지난 주 마트에서 삼천원어치 산 쑥으로 봄기분 낸다고 쑥국을 끓여먹었는데 버릴것 떼버리고나니 정작 한주먹거리 였거든요. 이 만큼이면 두어번은 국거리가 될것 같습니다. 물이 점점 빠지니 낚시가 될 것 같지 않아 갯지렁이는 바다에 뿌리고, 서둘러 낚시도구를 챙겼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오전 한 때의 남는 장사는 바로 이 무공해 새쑥 한봉지가 아닐까요?



written by 느티

2004 03 22


728x90
반응형